"메모 증거능력 없다" 검사 출신 홍준표, 검찰과 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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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증거능력 없다" 검사 출신 홍준표, 검찰과 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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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일 굳게 입을 다문 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입증책임 검찰에 전략적 '훈수성 발언' 해석…검찰 "검사는 법률가" 자신감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홍준표(61) 경남도지사가 검찰 수사를 놓고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환 조사 전 법리검토를 상당 부분 마치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검사 출신인 홍 지사가 수사는 물론 앞으로 이어질 법정공방까지 염두에 두고 계산된 발언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해명에 치중하던 홍 지사는 지난주 작심한 듯 법률적 쟁점을 들고 나왔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남긴 '금품메모'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이 메모에는 '홍준표 1억'이라고 적혀 있다.


홍 지사는 지난달 29일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쓴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일에도 같은 논리를 폈다. 그는 "메모나 녹취록은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인터뷰 내용 전문을 보면 허위, 과장과 격한 감정이 개입돼 있어 특신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메모나 녹취파일이 증거로 채택되려면 원칙적으로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진술로 확인해야 한다. 성 전 회장처럼 작성자가 사망했더라도 '특신상태'에서 썼다면 증거로 삼을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내용의 신용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 특별히 믿을 만한 상태로 인정된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의 행적 재구성과 주변 정황증거 수집에 초반 수사력을 집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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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일 경남도청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기 전에 "이제는 수사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메모와 녹취파일이 특신상태에서 만들어졌는지는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한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홍 지사가 "후배 검사들에게 훈수를 둔다"는 비판을 감수해가면서 증거능력을 문제삼는 것은 재판까지 고려한 다중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메모나 녹취록이 위조 또는 허위가 아님을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전략적으로 법리적 부분을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지사가 성 전 회장을 만난 시기를 정정한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로 읽힌다.


홍 지사는 "2011년 처음 만났다"는 자신의 발언이 틀렸다고 지적한 모 도의원의 수행비서가 검찰에서 증언해줄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주변인물들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면 신빙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홍 지사의 연이은 발언에 "수사팀이 말하는 게 부적절하다"면서도 "검사는 수사하는 법률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검찰 수사는 메모의 증거능력을 넘어 증명력을 뒷받침할 진술과 물증을 수집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검찰과 홍 지사의 '수싸움'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으로 예상되는 소환조사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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