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폭탄·헬기납치' 그리스 희대의 여성 테러범 체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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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폭탄·헬기납치' 그리스 희대의 여성 테러범 체포(종합)

극좌무장단체 고위급…"죽을 때까지 체제의 후회없는 적 되겠다"

14836760313736.jpg그리스 여성 테러리스트 체포(아테네 AP=연합뉴스) 그리스 아테네에서 5일(현지시간) 체포된 무장단체 '혁명투쟁'의 여성 지도자 파나지오타 루파. 사진은 2011년 체포 당시 모습. 2016.1.6

그리스에서 여러 건의 폭탄·총격 테러에 가담한 악명 높은 여성 테러리스트가 도피 행각 4년 만에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그리스 경찰은 5일(현지시간) 아침 아테네 남부의 중산층 거주지역인 일리우폴리의 한 아파트에서 극좌단체인 '혁명투쟁'의 지도자급 대원인 파나지오타 루파(48)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2014년 체포돼 복역 중인 이 단체의 지도자 니코스 마치오티스의 동반자이기도 한 루파는 이날 마치오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6살 난 남자아이와 측근인 25세 여성과 함께 도피 4년 만에 은신처가 발각되면서 경찰에 체포됐다.


반정부 투쟁을 선포하며 2003년 그리스에서 결성된 '혁명투쟁'은 2007년 아테네 미국대사관 로켓탄 공격, 2009년 아테네 증권거래소 폭탄테러 등 10여 건의 크고 작은 테러를 저지른 그리스 내 가장 위험한 무장단체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도 테러 단체로 등재된 '혁명투쟁'은 그리스가 재정 위기 속에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뒤에는 정부의 긴축정책에도 반발하며 2014년 그리스 중앙은행 앞에서 승용차를 폭파하기도 했다.

'파울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그리스 경찰의 검거목표 1순위로, 당국의 끈질긴 추적을 받아왔다.


그리스 경찰청 테오도로스 크로노풀로스 대변인은 파울라에 대해 "국내 테러리스트 중 최고의 요주의 인물로 '혁명투쟁' 조직의 운영 중에서도 특히 조직원 선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전했다.


그리스 경찰은 작년 1년 넘게 파울라에 대한 첩보를 수집, 최근 은신처를 파악했으며 완벽한 작전을 위해 체포 전 3일간 은신처 주위를 정밀 감시했다.


아테네의 중산층 거주지역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아오던 그는 이날 잠을 자던 중 경찰이 들이닥치자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에 응하며 "아들을 잘 돌봐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14836760345426.jpg경찰에 체포되는 그리스 여성 테러리스트(아테네 AP=연합뉴스) 그리스 아테네에서 5일(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된 무장단체 '혁명투쟁'의 여성 지도자 파나지오타 루파. 2016.1.6.

파울라는 2010년 테러 혐의로 체포돼 18개월간 재판 전 구금상태로 있다가, 주 1회 경찰의 정기적인 방문을 받는 조건으로 가석방됐지만 이내 달아났다. 2013년에는 궐석으로 열린 재판에서 징역 50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2014년 4월 아테네 중심가의 그리스 중앙은행 앞에서 일어난 차량 폭탄 테러도 그가 도주 중에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해 7월에는 파울라의 동거남이자 '혁명투쟁'의 지도자인 마지오티스가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체포됐다.


파울라는 작년 초 감옥에 갇혀 있는 마지오티스를 구출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납치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헬리콥터를 빌린 파울라는 운항 중이던 조종사를 총으로 위협해 마지오티스가 수감된 감옥으로 비행할 것을 요구했으나 조종사는 이를 거부했다.


파울라는 조종사가 몸싸움 끝에 헬기를 비상착륙시키자마자 달아났고 경찰은 그를 추적해왔다.


파울라는 2014년 폭탄테러 등의 혐의로 곧 재판을 기소될 예정이다. 그리스 경찰은 은행강도 혐의도 조사할 예정이다.


파울라의 6살 남자아이는 보호시설에 위탁될 예정이다. 파울라는 체포된 뒤 가족을 시켜 대독한 성명에서 "죽을 때까지 체제의 후회 없는 적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스 야권은 파울라의 체포 소식을 놓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에 맹공을 퍼부었다.


신민주당의 타나시스 바콜라스 대변인은 논평에서 "좌파 정부인 시리자가 좌파 테러단체 분쇄를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14836760387317.jpg그리스 여성 테러리스트 전격 체포(아테네 EPA=연합뉴스) 그리스 아테네에서 5일(현지시간) 극좌파 무장단체 '혁명투쟁'의 여성 지도자 파나지오타 루파가 전격 체포됐다. 사진은 체포 현장의 도로를 봉쇄한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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