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당황스러운 이 맛은"…순항하는 KBS '프로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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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당황스러운 이 맛은"…순항하는 KBS '프로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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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개그 포인트는 강점…알맹이 없는 스토리는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한마디로 당황스럽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는 반응은 이미 뚜껑을 열었을 때 나왔다. 떠들썩한 관심 속에 출발했하지만 펼쳐진 이야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적어도 드라마적 문법으로는 그렇다. 이 이야기를 하자고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나 싶게 허탈하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시청률은 별개로 움직였다. 지난 15일 첫회에서 단숨에 두자릿수 시청률(10.1%)로 시작하더니 지난 23일 방송된 4회는 11%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작품성에 대한 반응은 뜨뜻미지근하지만, 호평과 비난이 떠들썩하게 교차하는 속에서 시청률이 오름세라 광고주들에게 보여줄 '성적표'는 좋다.

 

화려한 캐스팅과 스태프의 조합으로 방송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모은 KBS 2TV '프로듀사'가 금~토 밤 안방극장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초반 이름값을 했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개발한 CPI 지수(콘텐츠 파워지수) 순위에서도 데뷔와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은 캐릭터 플레이와 찰나적 개그 포인트는 '프로듀사'의 강점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알맹이 없는 스토리는 곧잘 시청자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지루함마저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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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금~토 밤 부활하다

KBS 2TV가 금요일과 토요일 밤 10시대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낸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이 시간대 단 자리 시청률의 늪에서 지난 몇 년 헤어나오지 못했던 KBS 2TV는 '프로듀사'를 만나 4회 연속 10~1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금요일 밤에는 SBS TV '정글의 법칙'과 tvN '삼시세끼'(혹은 '꽃보다 할배')에 밀리고, 토요일 밤에는 MBC TV 주말극의 약진에 명함도 못 내밀었던 KBS 2TV로서는 '프로듀사'로 모처럼 체면을 세우게 됐다.

 

현재 65~67분 방송되는 평일 밤 드라마보다 무려 20분 가까이 길게 방송하는 '프로듀사'의 편성을 보면 '이렇게 투자했는데도 두자릿수 시청률이 안 나오면 안된다'는 KBS의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방송 시간과 프로그램에 붙일 수 있는 광고 수가 비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화려한 출연진 조합을 최대한 오래 활용하는 동시에 경쟁 프로그램들과의 엇갈리는 대진표를 이용해 시청률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 길게 편성을 하겠다는 KBS의 노림수가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금~토 밤 9시15분부터 10시40분까지 방송되는 '프로듀사'는 이 시간대 KBS 2TV 최고 제작비인 회당 4억 원을 투입해 만들어지고 있다.

 

한류스타 김수현을 캐스팅하고, 차태현과 공효진이 출연하는 덕에 협찬과 간접광고(PPL)이 넘치고, 초반 광고도 완판 됐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높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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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이 외계를 떠나 지구에 발을 붙인 드라마 '프로듀사'는 그 점만으로도 큰 화제다.

 

4회까지 두자릿수 시청률로 달려온 것도 김수현의 매력에 홀린 시청자들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

 

박학다식하면서 '까칠'한 도민준은 온데간데없고, 어리바리하고 융통성없는 예능 PD 백승찬만이 살아있는 김수현의 연기 변신은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멋진 왕자님 캐릭터를 미련없이 벗어던진 채, 코를 벌름거리며 "맹구 없다"를 흉내 내고 코잡고 빙글빙글 돌기 실험을 하는 어수룩하기 그지없는 김수현의 '바보스러운 모습'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여기에 믿고 보는 연기자인 차태현과 공효진의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없는' 연기 앙상블은 흠잡을 데가 없다.

 

순박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아이유가 난데없이 섹시하고(성적 매력을 풍기고) 도도한 콘셉트로 나오는 게 상당히 어색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연기자들의 호흡은 고루 안정됐다.

 

또 이들을 중심으로 순간순간 펼쳐지는 시트콤 같은 황당한 상황과 등장인물 간 소통 부족 때문에 빚어지는 어이없는 엇박자는 개그적인 웃음을 유발한다. 일부 남성 시청자들은 이러한 엉뚱한 개그 포인트에서 이 드라마의 재미를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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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불명의 '예능 드라마'…알맹이 없는 스토리

하지만, 더 이상은 없다.

 

'프로듀사'는 출연진 못지않게 유명한 카메오들의 행진에, 실제 연예계와 방송계 사람들의 실명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기시감 있는 에피소드들의 풍성한 조합으로 상차림이 화려하다.

 

그러나 연극이 끝나고 난뒤 조명이 꺼진 무대 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그리 재미있지 않다. 방송사 예능국 종사자들끼리는 '전설 따라 삼천리' 격으로 두고두고 주고받는 이야기이겠지만, 그것을 막상 '깨알같은 에피소드'로 구현하니 지루함을 참을 수가 없다.

 

제아무리 '1박2일'이 현재 일요일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라지만, '1박2일'에서 출연진을 하차시키는 이야기로 한 회, 다시 새로운 출연진을 구성하는 에피소드로 한 회를 구성하는 것은 상대방의 반응은 보지도 않고 쉴새 없이 자기 얘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프로듀사'를 보면서 앞서 현빈과 송혜교가 주연을 맡고 노희경 작가가 대본을 쓴 KBS 드라마국의 이야기 '그들이 사는 세상'이 풍성한 현실감을 줬으나 흥행을 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는 시청자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시청자는 그 모든 지난한 공정을 다 거쳐 공들여 편집한 뒤 완성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웃는 것이지,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길 원하는 게 아니다.

 

제작진은 선망의 대상인 KBS 예능국 PD의 세계를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묘사하는 데서 반전의 묘를 찾는 듯하지만, 그러기에는 스토리가 너무 늘어진다. 대대적인 편집과 스피드가 요구된다.  

 

tvN '미생'이 현실감을 가져가는 동시에 큰 재미를 안겨주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데는 드라마적인 문법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야기 흐름 속에 기승전결과 감정의 강약이 잘 녹아있어야 하고 드라마틱한 지점이 있어야 한다. 시청자가 '프로듀사'에 기대하는 것은 '다큐 3일'도 '개그콘서트'도 아니다.  

 

KBS는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끈 서수민 PD가 연출하는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프로듀사'에 '예능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래서인지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드라마가 된 듯하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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