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쓰비시머티리얼, 日정부에 보고한 후 美포로에 사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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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미쓰비시머티리얼, 日정부에 보고한 후 美포로에 사죄했다


일본 기업의 징용문제 대응에 日정부 '영향력' 가능성
미쓰비시머티리얼 사외이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공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미쓰비시(三菱)머티리얼이 전쟁 중 강제 노동한 미국인 포로에게 사죄하기 전에 이런 계획을 일본 정부에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 미쓰비시머티리얼 사외이사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죄에 앞서 "일본 정부에 보고하고 (미국에)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 입장은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으므로 배상금을 지급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며 사전 보고 사실을 확인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지난달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제임스 머피(94) 씨 등 자사에서 강제 노동한 옛 미군 포로들에게 처음으로 사과했다.


당시 오타카 마사토(大鷹正人) 주미 일본대사관 공사는 "미쓰비시머티리얼의 결단이며 일본 정부는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부로서 논평을 삼가겠다"며 기업의 자체 판단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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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일본 미쓰비시머티리얼의 오카모토 유키오 사외이사(왼쪽)와 기무라 히카루 상무(왼쪽 두번째)가 2015년 7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로 붙잡혀 강제노역했던 전 미군 병사 제임스 머피(94) 씨의 손을 붙잡고 있다.

오카모토 사외이사가 언급한 '보고'의 형식이 어떤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일본 정부의 직·간접적 동의를 얻어 사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하지만 사죄는 기업으로서 한 것"이라며 "중국인 강제 노동자와의 청구권은 해결됐지만 기업·인간으로서 죄송하다는 의미로 돈을 내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청구권과의 별개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또 미쓰비시머티리얼이 중국인 노동자에게 사죄하고 1인당 10만 위안(약 1천88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 자체에 관해서는 "중국에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내용에 관해 답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오카모토 사외이사는 "미국인 포로와 중국인 강제노동자는 기본적으로 '포로'로서 일본에 왔다"며 "일본인과 함께 일했던 한국인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이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중에 일본이 한국인 노동자를 징용한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포로를 일 시킨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서구의 전쟁 포로나 중국인 노동자를 일 시킨 기록이 미쓰비시머티리얼 쪽에도 있으나 한국 노동자를 사용했는지는 아직 조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한국인이 차별받아 전쟁포로나 중국인 노동자처럼 가혹한 노동을 해야 했다면 당연히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외교평론가'로서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아 자신의 발언이 미쓰비시머티리얼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가 대표단으로서 사죄 현장에 동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미쓰비시머티리얼이 한국인 징용을 사죄하지 않는 것에는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측과의 인식 차이 외에도 일본 정부의 태도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카모토 사외이사는 주미 일본대사관, 외무성 북미국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외교 관료 출신이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곧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를 논하는 '21세기 구상 간담회' 구성원이기도 하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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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하는 오카모토 유키오 미쓰비시머티리얼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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