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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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봄 찾아 떠나는 창원 '저도 순례길'(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힐링' 열풍과 함께 국내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각종 둘레길의 원형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찾을 수 있다.프랑스의 생 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이르기까지 총 800㎞에 달하는 이 길은 매년 10만여명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관광명소다.그러나 '힐링'의 대명사로 꼽히는 오늘날 둘레길과 다르게 이 순례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한 이유는 영적·정서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다.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이 순례길을 성지로 선포하면서 이곳을 걷는 사람에게 죄를 없애준다는 칙령도 함께 발표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사람들은 길을 가도, 산을 찾아도 소원이 이뤄진다거나 무엇엔가 영험이 있다고 하면 어딘가 의지하고 싶은 여린 마음에, 유명 장소에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앞다퉈 찾게 된다. 창원시로 통합된 옛 마산 외곽에 있는 저도 연륙교가 그런 장소 중의 하나다. ◇ 사랑이 맺어지는 다리, 저도연륙교'콰이강의 다리'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저도연륙교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렇듯 소원을 이뤄주는 다리로도 유명하다.저도 입구에 있는 이 다리는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길이 170m, 너비 3m, 높이 13.5m이다. '남녀가 손을 잡고 끝까지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다리 난간에는 연인들의 사랑 확인용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저도 연륙교는 2개의 다리로 이뤄졌다. 하얀색 다리는 자동차 전용이며 빨간색 철골 다리는 보행자 전용이다.이 중 빨간 다리는 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온 다리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이런 별명이 붙었다.아치형의 곡선미를 강조하고자 광케이블 조명을 설치해 밤이 되면 시간별, 계절별로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진 야경을 뽐내기도 한다. 이 모습이 특히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호수처럼 잔잔한 저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하거나 물씬 풍기는 갯내음을 만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 쪽빛 바다에서 밀려오는 봄기운…저도 비치로드 저도 연륙교를 건너며 사랑을 성취했다면 이어진 저도 비치로드(Beach Road)를 거닐며 쪽빛 바다에서 밀려오는 봄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저도 연륙교를 지나 섬으로 약 1㎞를 따라가면 찻길이 끝나는데 이 지점부터 비치로드다.비치로드는 구산면 일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져 완만하게 걷는 하이킹 코스로 해안선을 따라 기다랗게 펼쳐진 남해안의 빼어난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전국의 이름난 둘레길에 비하면 특별한 명소나 이야깃거리랄 게 없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그러나 모든 잡념을 내려놓고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민 분홍빛 진달래와 붉은 동백꽃이 반겨준다.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은 높낮이가 심하지 않지만 중간에 제법 땀 흘려 올라야 하는 코스도 있으니 물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걷는 게 지치면 바다에 맞닿아 있는 전망대에 털썩 주저앉아 바닷바람이 몸에 흠뻑 벨만큼 쉬어도 좋다.총 거리는 6.6㎞로 긴 거리가 부담된다면 3.7㎞짜리 단거리 코스를 밟을 수도 있다.3.7㎞ 코스는 주차장에서 출발해(1.5㎞, 25분) 제1전망대(0.8㎞, 15분), 제2전망대(0.3㎞, 10분), 사각정자(0.3㎞, 10분), 코스 분기점(0.2㎞, 5분), 코스 합류점(0.6㎞, 15분), 하포길로 이어진다.완주 코스 6.6㎞는 주차장에서 출발해 코스 분기점까지 가는 것은 단거리 코스와 같으나 이후 갈라져 바다 구경길(0.35㎞, 30분), 정상 가는 길(1.25㎞, 25분), 코스 합류점(0.6㎞, 15분), 하포길로 마무리된다.마산역에서 약 30km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 가야시대로 시간여행을…'해양드라마세트장'돌아오는 길에 인근 해양드라마세트장을 들르면 '저도 순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저도에서 9.9㎞ 거리에 있는 마산합포구 구산면 일대 4만3천500여㎡ 부지에 조성됐으며 6개 구역으로 나뉘어 건축물 25채, 선박 3척이 들어서 있다. 또 영화·드라마 촬영에 사용된 가야시대 야철장과 선착장, 저잣거리, 각종 무기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소품도 관람할 수 있다.2011년 개장 이후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모두 34편의 작품이 촬영됐다.원래 드라마 '김수로'의 세트장으로 지어졌으나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자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자는 계획이 나와 지금의 모습이 됐다.최근에는 '화랑 더 비기닝'이란 드라마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기도 했다.들어가는 입구에는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의 포스터가 가지런히 전시돼 있어 친숙한 느낌을 준다.이곳 건축물과 선박 등은 가야시대 풍으로 이곳에서 촬영된 작품들도 대부분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세트장을 두리번거리며 걷다 보면 해양드라마세트장이라는 특색을 살린 선착장과 나루터가 눈에 밟힌다.탁 트인 바다 위에 떠 있는 가야 범선 세 척을 나루터에 서서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이처럼 저도 인근을 한번 둘러보는 '저도 순례길'에서 바다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산티아고 순례길의 키워드가 '땅'이라면, 저도 여행의 키워드는 '바다'인 셈이다.푸른 바다를 굽어보며 걷다 보면 싱그러운 봄날과 한담이라도 나누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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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작은 섬이라고?…한라산보다 높고 울릉도보다 넓어물속에 잠긴 부분 포함 높이 2천68m, 직경 24km, 면적 412㎢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대한민국 영토의 동쪽 끝에 있는 독도.대다수 국민은 독도를 동해에 외로이 떠있는 작은 섬으로 알고 있다.외교부 등 우리 정부 관련 부처의 자료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다양한 독도 관련 글을 살펴봐도 독도는 울릉도보다 훨씬 작은 섬으로 소개되어 있다. 울릉도에서 남동쪽으로 87.4km, 우리나라 본토 경북 울진군 죽변면에서 직선거리로 216.8km 떨어진 독도의 제 모습을 보려면 물속에 잠긴 부분까지 알아야 한다. 하늘에서 본 독도(연합뉴스 자료사진)독도는 전체 몸집의 아주 일부만 물밖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해수면 밖으로 나온 독도는 동도와 서도, 89개의 부속 섬으로 이뤄져 있다.높이는 서도가 168.5m, 동도가 98.6m이고 둘레는 두 섬을 합해 5.4km, 면적은 18만7천554㎡에 불과하다.눈에 보이는 부분 따진다면 작은 섬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국립해양조사원이 바닷속 지형을 정밀하게 측정한 자료를 보면 독도는 결코 작은 섬이 아니다. 독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국립해양조사원이 정밀측량한 자료를 토대로 만든 독도 주변 3차원 해저 지형도의 오른쪽에 독도의 바다 속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독도의 전체 높이는 한라산보다 높고 면적은 울릉도의 6배나 된다. 2016.4.7 [국립해양조사원] lyh9502@yna.co.kr 최소 250만년 전에 화산 작용에 의해 생긴 독도는 제주도와 울릉도 등 우리 영토를 이루는 화산섬들 가운데 가장 먼저 태어났다.해양조사원 자료에 따르면 물속에 있는 부분을 포함하면 독도의 전체 높이는 2천68m로 한라산(1천950m)보다 더 높다.해저와 맞닿은 가장 아랫부분의 직경은 약 24km나 된다.독도는 아랫부분은 넓고 윗부분은 좁은 원추형으로 생겼다.해양조사원이 독도 전체 높이의 중간쯤 되는 수심 1천m 이내의 기준으로 산출해보니 둘레는 약 110km, 면적은 412㎢였다. 울릉도의 육상 부분(72.56㎢)의 약 6배나 된다. 물 위에 솟아있는 독도의 개요(외교부 독도 사이트) 물 위로 드러난 독도는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망망대해에 홀로 외로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높이 1천m가 넘는 산 4개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바다 속에 있는 산이라 해산(海山)이라고 부른다.이 해산에는 안용복, 김인우, 이사부, 심흥택 등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선조들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해양조사원이 정밀측량을 통해 다양한 해저지형들을 찾아내면 지명위원회에서 이름을 붙이는데 독도 주변 해산에 붙은 이름에는 영토수호 의지를 담았다. 독도 독도 주변 해저에는 육지의 평야 같은 넓은 분지도 펼쳐져 있다. 수심 2천m가 넘는 곳에 있는 이 지역에는 울릉분지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길이가 동서로 150km, 남북으로 100km에 이른다. 전라남도(1만2천300㎢)보다 넓은 울릉분지는 퇴적물이 쌓여 거의 평탄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동해 해저는 이런 모습입니다(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국립해양조사원이 정밀측량한 자료를 토대로 만든 동해의 해저지형도. 울릉도와 독도 아래쪽에 전라남도보다 넓은 울릉분지가 펼쳐져 있다. 작은 그림은 바다 속에 있는 부분까지 포함한 독도의 전체 모습이다. 2016. 4.7 [국립해양조사원] lyh9502@yna.co.kr 평균 수심이 2천m 가량인 동해의 해저에서 가장 깊은 곳은 울릉도의 옛 이름인 우산에서 따온 해저계곡인 우산해곡으로 2천985m나 된다.이 정도 수심이면 태평양과 같은 대양의 평균 수심에 맞먹는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7일 "우리 영토는 육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이 국토의 제 모습을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바다 속 지형을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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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열전> ⑫ '만주의 로렌스,' 도이하라 겐지(上)(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일본 수도 도쿄(東京) 중심가 지요다(千代田) 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일본 군국주의 악몽을 상징하는 이곳에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태평양전쟁의 주역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A급 전범 7명도 합사되어 있다 .사형을 받은 A급 전범 중의 한 사람인 이하라 겐지(土肥原賢二)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45년 8월 15일 종전 당시 일본 본토 방위를 담당한 제1 총군 사령관이던 그는 수십 년 동안 중국을 주 무대로 비밀 첩보전을 지휘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주석과 함께 중국 현대사의 한 축이었던 국민당 정부의 장제스(蔣介石) 초대 총통이 "도적놈 하라"(土匪原)로 부르며 A급 전범 명단에 반드시 포함하라고 요구할 만큼 도이하라는 온갖 모략으로 중국을 사분오열 시킨 장본인이다. 육군사관학교 교장 시절의 도이하라 겐지[위키피디아 제공]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의 실제 주인공인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傅儀)를 만주국의 꼭두각시 황제에 올리고, 중국인을 아편(마약)에 중독시키는 등 전시 일본의 첩보 역량을 과시한 대표적 인물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중국 동부 지역 방언까지 포함해 11개국 언어에 능통해 '만주의 로렌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출세를 위해 택한 직업군인의 길… '멘토' 도조 히데키 도움으로 승승장구 일본 혼슈(本州) 서부 오카야마현(岡山縣)에서 1883년 변변치 않은 집안에서 태어난 도이하라가 출세를 위한 탈출구로 선택한 것이 바로 군이었다. 엄청난 노력파인 그는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을 거쳐 정통 엘리트 장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출세 가도는 이내 복병을 만났다. 내세울 것 없는 집안 배경으로는 출세 가도의 꿈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집안 좋은 동기들이 이미 요직에 포진해 승승장구하는 데 반해 40세가 넘은 나이에도 소령 계급에 머문 자신을 보면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더구나 전쟁도 없는 시대라서 자칫하면 전역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도 컸다. 그러나 돌파구는 가까이 있었다. 바로 15살 된 사촌 여동생이었다. 여동생의 미모는 주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빼어났다. 도이하라는 여동생에게 중요한 곳에 쓸 데가 있다며 나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여동생은 아버지뻘이나 마찬가지인 친척 오빠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응했다.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그는 어렵게 만난 황가의 한 왕자에게 보여주었다. 선정적인 사진을 보자마자 넋이 빠진 왕자는 소녀를 불러들였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결국, 도이하라는 여동생을 왕자의 후처로 보내는 조건으로 자신의 진급과 보직 전보를 내걸었다.왕자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이하라에게는 중국 주재 일본대사관 육군 무관보의 보직이 주어졌다. 당시 육관 무관은 훗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는 데 앞장선 도조 히데키였다. 육사와 육대 선후배인 두 사람은 이내 호흡을 맞췄다. 이런 호흡은 훗날 전범재판정까지 이어졌다. ◇ 비밀공작에 천재성 발휘…국민당 정부 최고위층에 잠입 중국 베이징(北京)은 도이하라에게 첩보활동을 펼치는 데 이상적인 곳이었다. 더구나 당시 일본은 중국 주재 대사관을 중심으로 온갖 형태의 첩보활동과 비밀 정치공작에 여념이 없었다.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중국어 습득에 몰입하는 한편 음모, 태업, 요인암살, 기만, 뇌물제공 등 공작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의 붕괴와 지배였다. 이를 위해 일본은 우선 신생 국민당 공화국 정부를 서서히 붕괴시켜 훗날 원활한 침략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도이하라는 이내 천부적인 솜씨를 발휘했다. 중국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업가 집단으로 최고위층과도 연결된 조직 '안푸'(安福)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단체 회원 몇 명을 포섭한 그는 이들을 통해 중앙정부 고위층 회의 석상에서 논의되는 사안들을 훤히 꿸 수 있었다. 만주에서 작전 중인 일본 관동군[위키피디아 제공]소극적인 정보 수집 활동에서 벗어난 적극적인 비밀 파괴공작도 돋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직폭력배들을 포섭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조직 규합공작이었다. 영화 같은 장면도 연출됐다. 포섭한 조폭들이 일으킨 격렬한 '가짜 시위'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고위관리들을 도이하라가 극적으로 구출해 그들의 환심을 사는 공작은 영화와 다름없었다.도이하라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고위관리들은 기꺼이 그의 정보원이 됐다. 이 덕택인지 그는 장제스(蔣介石)가 이끌던 국민당 정부의 고문이 됐다. 이어 만주 등 동북 지역을 지배하던 군벌 장쭤린(張作霖) 폭사 사건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성공적인 공작으로 도이하라는 이내 주목을 받았다. 대령으로 승진하자마자 그는 톈진(天津) 특무기관장으로 영전했다. 또 보직 관리 차원의 하나로 잠시 보병연대장으로 근무하다 다시 특무기관장으로 복귀했다. 만주를 포함한 동북부 지역을 관할하는 펑톈(奉天) 특무기관장으로 영전한 도이하라는 본격적인 비밀공작에 나섰다. 당시 일본은 철, 원유 등 광물이 풍부한 만주 지역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상부에서는 도이하라에게 만주 확보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백지 위임장을 주기도 했다.◇ 중국을 마약에 취하게 해라… 아편 공작 도이하라의 중국 내 공작 가운데 가장 큰 분노를 산 것이 바로 아편 공작이었다. 만주를 시작으로 중국 전역을 손에 넣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던 일본은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사회를 교란해 전의를 상실하게 하려면 마약인 아편에 취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이 비밀공작을 주도한 도이하라는 먼저 만주 지역에 방대한 첩보망을 구축했다. 최상부 조직 아래는 독자적으로 기능하는 3개의 조직망을 두고 있었다.일본 점령 당시인 1930년대 만주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던 아편[위키피디아 제공]그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 혁명을 피해 만주로 도피해온 5천여 명 규모의 러시아계 범죄자들로 구성된 조직이었고, 다른 하나는 귀족 출신 등 일본의 환심을 사려고 혈안이 된 백계 러시아계 조직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일본의 지원으로 분리독립을 하려는 8만여 명의 자발적인 협력자 조직이었다.아편 공작을 위해 도이하라는 우선 중국인 협력자들을 내세워 만주 지역 아편 거래 시장의 통제권 장악에 나섰다. 도처에 형성된 아편굴들을 접수하는 한편 마약 판매상들도 휘하에 끌어들였다. 자연스럽게 마약 거래는 도이하라가 이끄는 일본 첩보조직의 독점사업이 됐다. 또 아편 중독자 양산을 위해 농산물 장터가 들어서는 곳마다 임시막사를 세워 결핵 치료 약이라며 아편을 공짜로 나누어주었다. 이와 함께 도이하라는 상부를 설득해 '황금박쥐'(Golden Bat)라는 중국 수출 전용 담배 브랜드도 출시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대량 판매된 이 담배에는 소량의 아편과 헤로인 등 마약 성분이 들어 있었다. 싸고 질 좋은 이 담배를 찾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중독자도 자연스럽게 급증했다. 담배 공급권을 가진 일본 마약조직들도 도이하라의 영향권 아래 놓이면서 중국은 이제 급증하는 아편 중독자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본격적인 침략에 앞서 일본은 중국 전역을 서서히 마약에 중독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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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떠나는 최고 봄여행지 진해 군항제내비게이션 빅데이터 분석…벚꽃 명소 압도적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꽃피는 춘삼월에 자동차로 떠나는 국내 최고 여행지는 어디일까.우리나라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봄나들이 명소는 벚꽃이 만개하는 '진해 군항제'이며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벚꽃과 관련된 곳이다.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 '맵피'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봄꽃축제 기간 중 검색어 순위 톱10을 분석해 보니 진해 군항제가 1위였고 전주한옥마을, 경주 보문관광단지, 하동 쌍계사, 공주 동학사, 구례 산수유꽃축제, 수원 광교 호수공원, 부산 대저 생태공원, 제천 청풍호 벚꽃축제, 광양 매화마을 순이었다. 전주 한옥마을 전경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공원, 고려산 진달래축제, 서울 여의도 벚꽃길, 강원 경포대 벚꽃축제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여의도 봄꽃축제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심 특성상 나들이객 규모에 비해 자동차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어 상위권에서 다소 밀렸다.소래포구항, 광안리해수욕장, 을왕리해수욕장, 에버랜드, 해동용궁사, 서울대공원, 오이도, 한국민속촌, 궁평항, 헤이리아트벨리 등도 봄철 인기 목적지 검색어로 꼽혔다.현대차그룹 측은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어는 시기별로 지속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올해도 봄철 나들이 시즌을 맞아 유사한 트렌드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우선 봄나들이 최고 명소로 꼽힌 진해군항제는 각종 문화행사와 어우러져 가장 인기 있는 벚꽃축제로 유명하다. 진해군항제 이외 여좌천 로망스 다리, 경화역 등 관련 목적지 검색어도 높은 순위를 보였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전주한옥마을은 사계절 인기 명소로 자리 잡은 곳이다. 봄철에는 벚꽃이 아름다운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전주한옥마을과 더불어 전주와 인접한 진안군의 마이산, 순천시의 송광사 벚꽃길 등이 봄나들이 코스로 인기몰이 중이다.경주에는 보문단지 외에 안압지, 천마총, 불국사, 첨성대 등 벚꽃과 야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러 관광지가 있다. 한 지역에 볼거리가 다양하다는 것도 경주 벚꽃 여행의 장점이다.매년 4월 열리는 쌍계사 벚꽃축제도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쌍계사 벚꽃축제는 매년 많은 관광객이 봄을 느끼기 위해 다녀가는 곳이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인 십리벚꽃길 벚꽃 터널이 인상적이다. 쌍계사와 동학사는 공기 좋은 산 밑에서 벚꽃축제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공주 동학사는 매년 4월이면 등산객과 벚꽃축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르는 길 따라 벚나무가 있어 어디서든 예쁜 벚꽃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동 쌍계사 벚꽃길 지리산온천관광지 일대에서 열리는 산수유꽃축제도 봄나들이객이 북적이는 곳이다. 지리산자락을 따라 핀 산수유꽃과 함께 노고단, 섬진강 벚꽃길, 화엄사 등 유명 관광지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광교 호수공원은 수도권에서 당일치기 벚꽃 데이트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다른 벚꽃 명소들보다 성대한 축제를 벌이지는 않지만 도심을 벗어나 가볍게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매년 4월이면 대저 생태공원에서 부산 낙동강 유채꽃 축제가 벌어진다. 대저 생태공원은 낙동강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이 일품인 곳이다. 낙동강 대저 지구 유채경관단지는 전국 최대규모의 유채 단지다. 제천 금성면 소재지에서 청풍면 소재지까지 13km 구간은 대표적 벚꽃길이다.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청풍호반 벚꽃길에 흐드러진 벚꽃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이 펼쳐진다.광양 매화축제는 지역축제를 넘어 전국 꽃 축제의 대표격이 됐다. 해발 1천200m 백운산 자락에 드넓게 펼쳐진 매화나무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진해 군항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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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분단과 대립의 현장 파주의 3대 명품길"임진강 속살을 들여다본다"…45년만에 개방된 생태탐방로 "문화와 삶이 소통한다"…평화누리길·DMZ 자전거길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연초부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계속된 도발에 남북 관계가 다시 냉각기에 들어갔다. 북한의 이런 돌발행동이 있을 때마다 접경지인 경기도 파주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파주는 분단의 현실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통일의 길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 만큼 다양한 안보관광지와 여행지가 곳곳에 숨어있다. 여기에 더해 임진강과 한강 하류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시베리아 등지에서 남하한 천연기념물 재두루미(제203호)를 비롯해 두루미(제202호), 독수리(제243호) 등이 겨울을 보내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20일은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절기상 춘분(春分)이다. 모든 생명이 꿈틀거리며 봄맞이 채비를 하는 이때 '분단과 대립의 현장'이면서 전쟁 상흔이 남은 파주 비무장지대(DMZ) 인근을 여유롭게 거닐며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해 보는 건 어떨까?◇ 임진강 속살을 들여다본다…45년 만에 개방된 생태탐방로 민통선(민간인통제선) 안 군인들만 걷던 파주시 임진강변 철책 순찰로가 45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됐다.경기관광공사는 지난 1월부터 시범 운영한 임진각∼통일대교∼초평도∼임진나루∼율곡 습지를 잇는 생태탐방로 트레킹 코스(9.1km)를 지난 16일부터 본격 운영했다.원래 철책선 인근 순찰로였던 것을 경기도와 파주시가 23억원을 들여 폭을 1.5∼3m로 넓히고 보도블록을 깔았다. 임진강 생태탐방로는 1971년부터 군사 보안 등의 문제로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경기도는 육군 1사단과 협약을 맺고 2010년 임진각∼임진나루(7.9㎞), 지난해 임진나루∼율곡습지공원(1.2㎞) 생태탐방로를 조성했다.탐방로는 2013년 마을축제 때 처음 개방된 뒤 이벤트성으로 간헐적으로 행사가 열리다 지난 1월 20일부터 최근까지 시범 운영됐다. 그만큼 자연생태가 잘 보전돼 있다. 탐방로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는 고라니가 뛰노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하이라이트는 임진나루에서 하류 쪽으로 약 2㎞ 지점에 있는 초평도다. 물억새와 갯버들이 우거졌고 가을부터는 두루미·가창오리·쇠기러기·독수리 같은 철새들이 날아온다. 인근에는 검은 현무암 기둥들이 잇닿아 절벽을 이룬 '주상절리'가 있다. 높이 10여m의 주상절리 벽이 폭 400m에 걸쳐 펼쳐진다. 역사·문화 유적도 있다. 임진나루는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의주로 피란갈 때 거친 곳이다. 나루 근처에는 조선 영조 때 만든 성문인 진서문 터가 있다. 임진나루 동쪽 1㎞ 지점에 강을 굽어보는 벼랑 위에 지어진 화석정(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1호)은 율곡 이이가 낙향해 학문을 연구한 곳이다.생태탐방로 트레킹은 매주 수∼일요일(월·화·법정공휴일 휴무) 운영되며, 위탁운영기관인 경기관광공사는 해설사를 배치, 50명씩 팀을 나눠 탐방 코스를 안내한다.겨울철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여름철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되며 하루 이용 인원은 150명 이내로 제한된다.탐방은 만 12세 이상, 10인 이상 단체만 참가할 수 있다. 만 12세 미만은 보호자가 함께 참가하면 된다.참가를 원하는 시민은 참가일 7일 전까지 생태탐방로 홈페이지(http://imjingang.walkyourdmz.com)로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임진강 생태탐방로 안내소(☎ 070-4238-0114)로 문의하면 확인할 수 있다.◇ 문화와 삶이 소통하는 파주 평화누리길(6∼9코스)2010년 5월 개장한 평화누리길은 서부 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의 걷는 길이다. 12개 코스 191㎞로 구성된 이 길은 경기도의 다양한 역사 유적은 물론 마을 안길·논길·제방길·해안 철책·한강 하류·임진강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각 코스는 15㎞ 내외로, 파주지역 평화누리길은 6∼9코스 구간으로 구성돼있다.총 10㎞인 6코스는 인쇄문화를 접할 수 있는 출판도시에서 시작해 생태 습지, 통일전망대 등을 지나는 길이다. 생태습지에는 겨울이면 멸종 위기의 재두루미, 저어새 등 희귀 철새들이 날아든다.21㎞인 7코스는 헤이리 예술마을이 있는 성동사거리에서 시작해 반구정을 연결하는 길이다. 파주의 대표 문화공간을 넘어 이름난 데이트 코스로 거듭난 헤이리, 프랑스의 소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프로방스 등 연인들이 즐길 거리가 특히 풍성하다. 8코스는 대표 안보관광지인 임진각과 평화누리, 황희 정승이 여생을 보낸 반구정, 생태 보고인 초평도를 조망할 수 있는 장산전망대 등 역사와 문화,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코스다. 13㎞ 구간에는 분단으로 멈춰선 철마가 있고, 실향민들에겐 마음의 고향인 임진각이 있다. 이어 율곡습지공원과 황포돛배를 타볼 수 있는 17㎞ 길이의 9코스가 나타난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 위에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으며 선조들의 이야기와 임진강 황포돛배에 얽힌 한민족의 역사를 공유할 수 있는 탐방 길이다. 율곡 이이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가을이면 수만 송이의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특별한 DMZ 라이딩…'DMZ 자전거길' 평소에는 출입이 어려운 민통선 내 DMZ 일원을 자전거로 달려볼 수 있다. 2010년부터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진행하는 'DMZ 자전거투어'가 올해는 오는 27일을 시작으로 오는 10월까지(매월 넷째 주 일요일) 5차례 진행된다.임진각 아래 통문에서 출발해 임진강변 군 순찰로, 통일대교, 군내삼거리, 에코뮤지엄 등 철책로를 따라 초평도와 64통문을 돌아오는 17.2km의 코스로, 소요시간은 2시간이다. 특히 통일대교 아래에서 초평도 방향으로 약 2km에 걸쳐 조성된 'DMZ 에코뮤지엄' 거리엔 통일의 염원을 담은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과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돼 볼거리를 제공한다.라이딩 중 초평도 인근 휴식 장소에서는 수려한 임진강의 풍경을 감상하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관람용 쌍안경이 준비돼 북녘땅을 바라볼 수도 있다.자전거투어를 원하는 희망자는 경기관광포털(ggtour.or.kr) DMZ 자전거 투어 코너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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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대둔산, 암봉 사이 걷는 짜릿한 여정(완주=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자연의 오묘함과 짜릿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둔산(大芚山ㆍ877.7m)은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와 기암단애, 수목이 사계절 변화무쌍한 풍경화를 연출해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린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운무와 계곡,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매력적인 산이다. 사진/이진욱 기자 어느 때고 산에 오르면 달력에 나올 법한 경치에 끌리게 되는 대둔산의 원래 이름은‘인적이 드문 벽산 두메산골의 험준하고 큰 산봉우리’라는 뜻의 ‘한듬산’이다. 명당자리를 계룡산에 빼앗겨‘한이 들었다’해서‘한듬산’이라는 설명도 있다. 산세가 수려하다 보니 1977년 전라북도, 1980년 충청남도가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등산로는 전북 완주, 충남 논산과 금산 세 갈래에서 최고봉인 마천대(摩天臺)로 모인다. 완주 쪽은 기암괴석의 바위산이지만 논산과 금산 쪽은 계곡이 좋고 능선이 완만한 흙산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는 완주 쪽 대둔산 국민관광단지에서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정상인 마천대에 오르는 길이다. 특히 이 코스에서는 케이블카로 금강구름다리 바로 밑인 산 중턱(610m)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다. ◇ 최고 비경 지대,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대둔산 국민관광단지 주차장에서 상가와 대둔산관광호텔을 지나면 케이블카 정류장이 나온다. 지난 1990년부터 운행한 대둔산 케이블카는 927m 구간을 6분간 이동한다. 51인승 케이블카는 왕복요금이 어른 9천원ㆍ어린이 6천원, 편도요금은 어른 6천원ㆍ어린이 4천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 운행한다. 단 설비 교체 작업으로 3월 31일까지 운행을 중단한다.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왼쪽으로 3∼4분 정도 아스팔트 길을 오르면 들머리인 ‘동학농민혁명 대둔산 항쟁전적비’를 만난다. 기념탑 안내판에는 “동학농민군 1천여 명이 이곳 대둔산의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3개월간 항쟁하였다”고 적혀 있다.계곡을 따라 완만한 오름이 이어진다. 돌길과 계단을 20여 분 오르면 동심정 휴게소에 닿는다. 이곳에서부터는 급경사이고 아직 녹지 않은 빙판이 많아 발목을 잡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동심바위가 나타난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경치에 매료돼 사흘을 머물렀던 곳이다. 두꺼비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는데 안내판이 없다면 어느 것이 동심바위인지 쉽게 찾을 수 없다.가파른 바윗길을 얼마쯤 더 오르면 암봉계곡인‘금강문’ 입구에 이른다. 지세가 가파르고 험준해 대둔산 동학군 최후 항전지였고 임진왜란 때는 권율 장군의 전승지였다. 협곡으로 들자 가파른 돌계단이 이어진다. 이곳 계곡에서부터 마천대 정상에 이르는 암릉구간은 마치 산수화 병풍을 펼쳐놓은 듯 오묘할 뿐 아니라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다. 계곡 입구인 금강문을 지나면 전망대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길은 금강구름다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과 칠성봉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다. 전망대 삼거리에서 암벽 틈새를 빠져나가자 시야가 트이면서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마치 선계로 들어서는 듯한 절경이다. 금강구름다리는 해발 670m에 놓여 있는 길이 50m의 철제 다리다. 다리 밑은 천 길 낭떠러지여서 발을 떼놓을 때마다 허공을 내딛는 기분이다. 구름다리는 중간쯤 지나면 흔들리는데, 심하게 흔들리기라도 하면 철제 난간을 ‘꽉’ 움켜잡아야 한다.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등골이 오싹해온다. 구름다리를 건너 작은 바위 전망대에서 뒤를 돌아보면 바위봉우리 사이에 걸쳐있는 구름다리가 한 폭의 산수화다.폭이 좁은 가파른 길과 계단을 밟고 오르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약수정 휴게소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총 길이 36m, 계단 127개,경사 51도의 삼선계단이다. 철재 계단 앞에 서서 위를 쳐다보면 현기증이 난다. 계단을 오른 뒤 위에서 내려다봐도 아찔하다. 하지만 삼선계단 정상에 서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죽순처럼 솟아오른 봉우리와 구름다리의 풍광은 신이 내린 예술품이다. 바위 위 소나무도 멋스럽다. 고려 말 한 재상이 딸 셋을 거느리고 이곳에 들어와 망국을 한탄하며 여생을 보냈는데 딸 셋이 선인으로 변해 삼선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은 모두 일방통행이라서 하산할 때에는 주 등산로로 내려와야 한다. 사진/이진욱 기자 삼선계단 정상에서 급경사 오르막을 200m 정도 오르면 해발 840m의 정상 능선 삼거리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150m만 가면 마천대 정상이고, 오른쪽 용문골 삼거리까지는 450m 거리이다. 눈이 덜 녹은 능선 길은 거의 평지길이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윽고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에 도착했다. 1970년 완주 군민이 직접 자재를 운반해 세운 10m 높이의 개척탑이 우뚝 솟아 있다. 마천대는 ‘하늘을 어루만질 만큼 높다’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지는 곳인데 지금은 개척탑이 더 높은 셈이다.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뾰족하게 솟은 바위봉우리와 기암절벽이 금강산 못지않은 절경이다. 칠성바위, 왕관바위 등 기암마다 웅장함을 뽐내고, 섬처럼 솟은 크고 작은 산들의 능선이 겹치고 포개진다.정상을 뒤로하고 산행기점으로 걸음을 옮긴다. 돌 계단과 철제 계단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전망대 갈림길까지 내려간 뒤 금강문이 아닌 왼쪽 길로 접어들면 케이블카 타는 곳이다. 케이블카의 창문 밖 풍경은 산행을 되새김질하게 한다. 사진/이진욱 기자◇ 휴양과 레저를 함께 즐기는 고산 자연휴양림 전북 완주군 고산면 오산리에 있는 고산 자연휴양림은 하룻밤 머물며 숲 속의 향긋한 냄새와 봄 내음에 취해보기에 더없이 좋은 사계절 가족휴양지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시랑천에 가로놓인 휴양교를 건너면 낙엽송을 비롯해 잣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빽빽이 들어선 숲 속에 캐러밴 파크와 숲 속의 집, 산림휴양관, 문화휴양관, 웰빙휴양관이 자리 잡고 있다. 또 휴양림 곳곳에 어린이놀이터, 인조잔디구장, 농구장, 족구장, 건강지압보도 등의 체육시설과 강당, 매점, 공동취사장, 야외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들이 들어서 있다.통나무집에서 창문을 열어 놓고 바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아침 햇살에 눈을 뜨면 온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고산’(高山)이라는 지명처럼 해발 500m 남짓의 산들이 휴양림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쐬며 산책을 하거나 안수산과 동성산에 오를 수 있다.숲 속에 있는 캐러밴 파크에서는 이색적인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1대에 4명(성인 2, 어린이 2)까지 탑승이 가능하기에 가족 여행에 적합하다. 총 9대의 캐러밴은 퀸사이즈 매트와 이층침대, 탁자, TV, 냉장고, 에어컨, 주방, 화장실 등을 갖춰 숙박과 식사가 차 안에서 가능하다. 자연휴양림에서는 자연 지형지물과 공중 와이어 등을 이용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는 레포츠 ‘에코 어드벤처’를 즐길 수 있다. 코스도 총 3가지로 10세 이상 손오공(161mㆍ어린이 코스)과 14세 이상 저팔계(170mㆍ청소년 코스)는 수직 사다리, 징검다리, 외나무다리, 타잔놀이 등 다양한 난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10세 이상 슈퍼보드(청소년 코스)는 최대 높이 20m 상공의 120m 구름다리코스와 310m 논스톱 짚슬라이드로 이뤄졌다. 와이어를 타고 하늘을 날다 보면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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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N 여행> '슈퍼컴 1200대 vs 1' 이세돌 9단 고향 비금도로 '바둑여행'세기의 대결 '인류대표' 이세돌 전남 앞바다 작은 섬 소년…한적한 트레킹 코스 많아 (신안=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슈퍼컴퓨터 1200대의 계산 능력을 지닌 알파고를 상대로 홀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세돌 9단.바둑을 한 두번 둬 보았던 사람들부터 문외한들까지도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더불어 인간 이세돌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컴퓨터와 인류의 명예를 걸고 처절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이세돌 9단의 고향은 바로 신안 앞바다의 작은 섬 비금도다.비단처럼 아름다운 곳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의 비금도는 지금이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비금도는 모양이 큰 새가 날아가는 것 같다(飛禽) 하여 그리 불렀다 한다.이세돌의 고향 비금도는 어떤 곳일까.신안 앞바다의 도초도와 쌍둥이처럼 다리로 연결돼 있는 작은 섬이다. 두 섬은 천혜의 갯벌과 우수한 자연생태 경관으로 2009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비금도는 서쪽 해안가를 따라 난 작은 오솔길을 트레킹하기 좋다. 아무도 만날 수 없다. 발견되는 사람은 바로 그 길을 걷고 있는 자신뿐.◇ '이세돌 바둑기념관' 들어서 [연합뉴스 자료사진]신안군은 일찌감치 이곳을 바둑관광지로 개발에 착수했다.2008년에는 비금도의 폐교를 새로 꾸며 '이세돌 바둑기념관'을 개관했다.이곳에는 이세돌 전시관과 바둑대국실이 있어 여행객들이 직접 바둑 체험을 할 수 있다. 펜션 시설이 갖춰져 숙박이 가능하다.작은 섬에서 세계 정상급의 바둑기사를 배출했으니 주민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기념관 뒤의 대숲으로 구성된 '망각의 길'이 있다. 이 길을 지나면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다.삶의 전투에 시달린 사람들은 이 망각의 길을 걸으며 대숲의 서걱거리는 소리에 도시의 찌든 때를 숲 속에 남겨둘 수 있을 지 모른다.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다.◇ 이세돌 강한 정신력 시금치에서? [연합뉴스 자료사진]비금도는 시금치 전국 최대 재배지역이다.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천일염전을 시작한 곳으로 염전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전국에서 재배하는 시금치 중 으뜸으로 친다는 섬초가 겨우내 푸르게 자라는 아름다운 섬이다.오랫동안 만들어온 작은 마을 길 너머로 푸른 시금치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마침 지난해부터 신안군은 이세돌 9단의 고향 도고리에 아름다운 길과 시금치가 어우러진 '농촌체험 걷는 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홀로 가도 좋고, 연인끼리 가도 좋은 섬 해안가를 가득 메운 염전이 한눈에 보이는 떡메산과 염전, '논드래미 해수욕장' 등 아름답지만 소박한 풍경이 펼쳐진다.비금도에는 해수욕장이 3곳 있다. 서쪽의 하누넘해수욕장과 북쪽의 원평해수욕장, 그리고 비금해수욕장이다. 하누넘해수욕장은 물이 들면 해변이 마치 하트 모양 같다 해서 '하트 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은 트레킹 코스로도 좋은데, 언덕 위에서 보면 하트 모양 해변이 보인다. 또 다른 바둑 여행지로는 조훈현 9단의 고향인 전남 영암군이다.영암군도 기념관 건립에 나선 상태다. 전남 순천에 가면 전국 유일한 특성화고교 한국바둑고등학교가 있는데, 이번 세기의 대결로 시선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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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N 여행> 수도권: 가평 쁘띠프랑스 가면 '피노키오·어린왕자' 천국안성 봄맞이 '냉이축제'서 봄맞이…화이트데이 앞두고 인천아트플랫폼 공연 관람 (서울=연합뉴스) 3월의 둘째 주말인 12∼13일에는 주중 찾아왔던 꽃샘추위가 다소 풀리겠다.대체로 흐리겠지만 나들이 하기에 나쁘지 않은 날씨다. 경기도 가평 쁘띠프랑스를 찾아 마리오네트 인형을 직접 조종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보자.◇ 흐리지만 꽃샘추위 풀려…토요일 곳곳 약한 비 토요일인 12일에는 대체로 흐린 날씨가 예상된다. 경기북부는 낮 한때 눈 또는 비가 오겠다. 서울, 인천, 경기남부는 오전에 산발적으로 눈이 날리거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도에서 0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5도에서 8도로 예보됐다.일요일인 13일도 대체로 흐린 날씨가 이어지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도에서 영상 3도로 전날보다 오르겠고 낮 최고기온은 4도에서 7도로 예보됐다.[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 마을서 '마리오네트 인형'과 즐거운 한때 국내 유일의 프랑스 문화마을인 경기도 가평의 쁘띠프랑스에서는 지난 5일부터 인형을 실로 묶어 조종하는 마리오네트 인형극 '피노키오' 공연 1천회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축제 하일라이트는 '나도 마리오네트 조종사' 체험. 야외광장에서 마리오네트 인형 행진이 시작되면 그 뒤를 따라 관람객이 인형을 직접 조종하며 동참할 수 있는 이벤트다.이 체험은 주말 오후 1시와 3시, 하루 두 차례 진행되며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곳곳에 피노키오 조각상, 어린왕자,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각종 동화를 주제로 한 포토존이 설치돼 추억을 선사한다.아담한 프랑스란 뜻의 쁘띠프랑스는 청평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청평면 고성리 일대 11만7천357㎡에 청소년수련시설로 조성됐다.지중해 연안 마을을 연상케 하는 풍경 덕에 드라마와 광고, 오락프로그램 등의 배경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2014년에는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촬영, 외국인들이 할인쿠폰을 가장 많이 내려받은 관광지로 뽑히는 등 입장객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봄이 왔어요…냉이 캐고 '냉이왕' 도전 안성팜랜드에서 오는 27일까지 '봄맞이 냉이축제'를 진행한다.현장에서 호미를 대여해 냉이케기 체험 이벤트에 참여해보자. 비닐봉투도 지급돼 직접 캔 냉이를 가져갈 수 있다.냉이가 들어간 음식 맛보기, 냉이튀김 먹기 등 먹거리도 풍성하다.12일과 13일, 19일과 20일에는 냉이를 많이 캐거나 크기가 큰 냉이를 캐는 '냉이왕 선발대회'가 열린다. 이밖에 활쏘기 체험, 연날리기, 고리 던지기 등 다양한 부대이벤트도 마련돼있으니 놓치지 말자. 자세한 사항은 안성팜랜드 누리집(www.nhasfarmland.com)을 참고하면 된다. ◇ 주말 맞아 가족·연인과 공연 관람해볼까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14일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12∼13일 입주작가 신작공연 '린치(LYNCH)'가 무대에 오른다.이 공연은 '폭력'을 주제로 반복되는 폭력 속에서 고통받는 현대인의 이야기를담은 행위예술이다.안무가들은 폭력에 침묵하는 다수의 행동은 다른 무서운 폭력으로 작용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입장료는 무료이며 공연문의·예약은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02-704-6420)에 하면 된다. (윤태현 류수현 채새롬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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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홈런왕 박병호, 만루포로 MLB 마수걸이 홈런(종합2보)(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이대호 기자 =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를 홈런으로 호령한 거포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장쾌한 만루 홈런으로 미국프로야구(MLB) 첫 대포를 신고했다.박병호는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 샬럿의 샬럿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번 타자 1루수로 출전해 0-0이던 1회 초 2사 만루에서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시범 4경기 출전 9번째 타석 만에 나온 홈런으로 투아웃 이후 득점포를 날렸다는 점에서 박병호에게 귀중한 한 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볼 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빅리그 통산 20승을 올린 우완 투수 제이크 오도리지의 3구째를 펜스 너머로 날려 보냈다.MLB 시범경기 첫 홈런이자 만루포를 지켜보는 박병호 << AP=연합뉴스>> 지난해까지 4년 내리 KBO리그 홈런왕을 석권한 박병호는 2014년엔 52개, 지난해엔 53개로 2년 연속 홈런 50개 고지를 돌파했다. 지난 3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우전 적시타로 시범 경기 첫 타점을 올린 이래 두 경기 만에 타점 4개를 보태 박병호의 타점은 5개로 늘었다.박병호는 4-1로 앞선 4회엔 선두 타자로 나와 또 다른 오른손 투수 라이언 웹과 대결해 3루수 실책으로 1루를 밟았다.그는 2사 후 에두아르도 누녜스의 우전 적시타 때 송구 실책을 틈타 재빨리 홈을 파고들어 이날 두 번째 득점을 올렸다.박병호는 6회엔 바뀐 오른손 투수 대니 파콰의 변화구에 삼진으로 돌아섰다.6회 말 맥스 케플러에게 1루 수비를 내주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박병호는 3타수 1안타, 4타점, 2득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감했다.박병호의 시범 경기 타격 성적은 11타수 2안타(타율 0.182), 홈런 1개, 5타점, 3득점이다.1회 박병호가 그랜드슬램으로 따낸 4점을 지킨 미네소타는 탬파베이에 5-4로 이겼다.미네소타는 8일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맞붙을 예정이다.박병호 홈런 축하하는 미네소타 동료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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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N 여행> 눈, 입, 바람으로 전해지는 '남도의 봄'(장흥·보성=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설쳐댄들 오는 봄을 막을 수가 있으랴. 남도 길가에 열린 남중국산 피라칸타가 봄을 알려주고 있다 겨울 바람이 휘몰아쳐도 저 멀리 남도에는 벌써 봄 소식이 다다랐다.광양의 매화를 손에 꼽지 않더라도 남도의 길에는 어느덧 봄이 왔다.천관산, 가을 황금빛으로 물드는 억새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이맘때 방문해도 좋은 곳이란 걸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이 산에는 임도 한중간에 빨간색 동백꽃 군락지가 자리잡고 있다. 천관산 동백꽃을 만나기 위해 달린 임도 전남 장흥군 관산읍 부평리의 동백꽃 군락지는 최근 '천관산동백생태숲'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산림청은 2000년부터 이 숲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2km의 탐방로를 정비, 국민의 숲으로 관리하고 있다. 임도 한가운데 펼쳐진 천관산동백생태숲 임도를 달려 정자가 자리하고 있는 곳에서 시작하면 동백꽃을 구경할 수 있다.동백숲을 보고 나면 임도 끝 천관산 자연휴양림에서 1박을 하면 더 없이 좋다.휴양림 자체가 여러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이 산 저 산을 오르기에 딱 좋다. 벌교에서 만난 갈대 장흥을 나와선 보성 벌교까지 내달린다. 벌교에는 여자만이 있기 때문이다.여자만의 꼬막을 먹기엔 11월에서 3월까지가 좋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이까지 내려와서 제대로 된 꼬막도 맛보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야 한다.벌교의 내로라하는 꼬막집들을 뒤져본다. 사람들이 버글버글한 곳을 찾아 꼬막 무침과 꼬막을 시켰다. 새콤달콤한 꼬막 무침 서울에서 먹든 꼬막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알 굵기와 신선함이 그렇다.종업원이 꼬막을 까는 법을 알려준다. 요즘엔 꼬막 까는 기구까지 개발이 됐다지만 역시 음식의 고수들은 간단한 방법으로 꼬막을 연다.젓가락을 뒤쪽에 대고 비트니 꼬막이 둘로 딱 갈라진다. 고수들이 전하는 꼬막 까는 법 입에 넣었더니 진한 육즙이 혀를 감돈다. 이것 하나 때문에 저 멀리 남도까지 달리나보다.길가다 혹시나 해서 다시 보니 길가에 붉디 붉은 열매가 자리잡고 있다. '사랑의 열매' 같다.알고보니 유럽과 남중국이 원산인 피라칸타라는 종이라 한다.어찌나 붉은지 바로 따먹고 싶은 생각 굴뚝 같지만 야생조류의 먹거리라 하니 그냥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