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문화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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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영화제 막 올려…전도연 4번째 칸 입성FRANCE CANNES FILM FESTIVAL 2015epa04745273 Jury presidents, US directors Ethan Coen (R) and Joel Coen (C), French actress Sophie Marceau (2-L) and the general delegate of the festival Thierry Fremaux (L) attend a cocktail reception for the jury members at the Martinez Hotel ahead of the 68th annual Cannes Film Festival, in Cannes, France, 12 May 2015. The festival runs from 13 to 24 May. EPA/IAN LANGSDON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제68회 칸 국제영화제가 13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막을 올린다. 칸 영화제는 베니스,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며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최고의 영화제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신작을 이곳에서 처음 공개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레드카펫을 밟는다. 영화제 한 쪽에 마련되는 마켓도 새로운 작품을 사고팔려는 전 세계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관계자들로 붐빈다. 경쟁 영화제로서 본선 무대는 장편 경쟁 부문이다. 영화 19편이 진출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칸 영화제는 올해도 초청자 명단을 이전 수상자들로 가득 채워넣어 누가 '칸의 총아'인지 분명히 알렸다. 2013년 각각 각본상과 심사위원상을 받은 중국 자장커(賈樟柯)와 일본 고레다 히로카즈는 신작 '산허구런'(山河故人),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1993년 심사위원상을 받은 대만 허우샤오셴(侯孝賢)은 '섭은낭'으로 칸을 찾는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비영어권 영화가 대거 포진한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2008년 심사위원상 수상자인 파올로 소렌티노의 '라 조비네차', 2001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난니 모레티의 '내 어머니', 2012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마테오 가로네의 '테일 오브 테일스', 2009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 '디판' 등이다. 미국 영화로는 2003년 '엘리펀트'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구스 반 산트 연출, 매슈 매커너히 주연의 '씨 오브 트리'가 있다. FRANCE CANNES FILM FESTIVAL 2015epa04745255 A worker is seen through a glass window as preparations continue along the Croisette Boulevard on the eve of the 68th Cannes Film Festival, in Cannes, France, 12 May 2015. The festival runs from 13 to 24 May. EPA/FRANCK ROBICHON 이들 영화를 심사할 심사위원단은 조엘·이선 코언 형제가 이끌며 기예르모 델 토로, 소피 마르소, 시에나 밀러, 제이크 질렌할 등 이름 난 감독과 배우들이 동참했다. 또한 케이트 블랜쳇이 '캐롤'로 경쟁 부문에, 나탈리 포트만이 감독 데뷔작 '테일 오브 러브 앤드 다크니스'로 특별 상영 부문에 초청받는 등 칸에서 할리우드 스타들도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는 3년 연속 공식 장편 경쟁 부문 진출작을 내지 못했다. 다만 새로운 경향의 작품을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두 편을 보내 아쉬움을 달랬다. 특히 '칸의 여왕' 전도연에게는 4번째 칸 입성이다. 앞서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2010년 '하녀'로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작년에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어 올해는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으로 김남길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는다. '마돈나'는 칸 영화제에서 카날플뤼스상을 받았던 신수원 감독도 신작 '마돈나'로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과 함께 칸으로 향한다. 아울러 대중성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는 홍원찬 감독과 고아성, 박성웅이 함께한 '오피스'가, 감독 주간에는 한준희 감독과 김혜수, 김고은이 호흡을 맞춘 '차이나타운'이 초청받았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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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현중, '철통 보호' 속 담담한 표정으로 입대입대하는 김현중 (고양=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이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육군 30사단 신병교육대 입소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5.5.12 yangdoo@yna.co.kr (고양=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이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육군 30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이날 신병교육대 위병소 앞은 김현중의 입대를 배웅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온 팬 150여 명과 이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현중은 별다른 인터뷰나 인사를 하지 않고 낮 12시께 개인 차량을 타고 위병소를 통과했다. 입대하는 김현중 (고양=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이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육군 30사단 신병교육대 입소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5.5.12 yangdoo@yna.co.kr 이후 차에서 대기하던 김현중은 오후 2시께 입소식에 참가하기 위해 경호원, 매니저들의 '철통 보호' 속에 입영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트레이닝복에 모자를 쓰고, 담담한 표정이었으며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날 같은 소속사 배우 배용준도 동행해 김현중의 입대를 지켜봤다. 입영 행사장 찾은 배용준 (고양=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배우 배용준이 12일 오후 같은 소속사 김현중의 입대를 배웅하고 경기도 고양시 육군 30사단 신병교육대 입영 행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2015.5.12 jhch793@yna.co.kr 김현중은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현역으로 복무한다. 앞서 김현중은 그간 해외 일정과 전 여자 친구의 임신설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입대를 미뤄왔다. 지난 4일에는 전 여자 친구로부터 1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김현중 기다리는 팬들 (고양=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육군 30사단 신병교육대 앞에서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의 팬들이 김 씨를 기다리고 있다. 2015.5.12 yangdoo@yna.co.kr 한편, 이날 30사단 신병교육대에는 총 237명의 장정이 입대했다. 입소에 앞서 열린 입영문화제에서는 입영 장정과 가족, 친구 등 500여명이 모여 의장대와 댄스팀 공연 등을 관람하고 신병교육대장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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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디 작가 "앵그리맘,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며 쓴 작품"데뷔작서 묵직한 반향…"드라마와 다큐 사이 고민 많이 해""다시 돌아보기 너무 아픈 이야기, 시청자가 잘 봐주셔서 감사"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저는 사회의식이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예전 같으면 제가 이런 드라마를 쓸 줄은 상상도 못했죠.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저같은 보통 사람들을 분노시켰습니다. 너무 화가 났죠. '앵그리맘'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면서 쓴 작품입니다." 지난 7일 화제 속에 막을 내린 MBC TV 수목극 '앵그리맘'의 김반디(39) 작가를 1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만났다. 그는 '앵그리맘'을 끝내고 나니 "허탈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근래 보기 드물게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묵직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현실을 반영하는 데 있어 속도가 꽤나 더딘 드라마에서 '불과' 1년 전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우회적이지만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앵그리맘'은 지난해 MBC 미니시리즈 극본공모 당선작이다. 신인 작가가 이 같은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풀어낸 것이 방송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사진은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우선 이력이 궁금하다. ▲다큐멘터리 구성작가 출신이다. 주로 KBS에서 일했다. 구성작가 생활이 불규칙하기도 하고 힘든데 오래하다 보니 몸이 아파서 집에 틀어박히게 됐다. 그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드라마를 쓰게 됐다. 2007년 KBS 단막극 공모에서 '겨울 지나 여름'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방송은 '당신이 머무는 자리'라는 제목으로 나갔다. --김반디는 본명인가. ▲본명 아니다. MBC 극본공모에 내면서 필명으로 내걸었다. 본명은 박경수다. 동명의 너무나 유명한 작가('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를 쓴 박경수 작가)가 계셔서 어쩔 수 없이 필명을 쓰게 됐다.(웃음) --'앵그리맘'을 어떻게 쓰게 됐나. 실제로 앵그리맘인가. ▲나는 싱글이다. 많이들 내가 엄마라고 생각하더라.(웃음) 실제로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하루하루 참담한 뉴스를 보면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 사실 MBC 극본공모에 내면서 너무 주제의식이 강해서 걱정했다. 그런데 다행히 뽑혔고, 편성도 빨리 돼서 곧바로 미니시리즈 대본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쓰면서도, 방송하면서도 내내 걱정을 했다. 그때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1년 후 다시 끄집어 내 시청자에게 견뎌내라고 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잘 받아주셨다. 다시 돌아보기 너무 아픈 이야기인데 외면하지 않고 다시 봐주셔서 감사하다. 1년 사이 세월호 참사가 많이 잊혀졌고, 일부에서는 '그만 좀 해라'고 하는 때라 가슴이 아프다. --분노를 했어도 그것을 드라마로 옮기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힘들었을 것 같다. ▲뭘 몰랐으니까 덤볐지, 알고는 이런 드라마 못 쓴다. 중간에 내가 어쩌자고 이 이야기를 시작했을까 허벅지를 수도 없이 찔렀다.(웃음) 많이 힘들었다. 드라마냐 다큐나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 다큐적으로 접근할까 봐 경계했다. 주제의식을 가져가면서 코미디와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제일 어려웠다. 아무래도 시청률을 의식해야 하니 초반에는 코미디를 좀 강화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뒤로 뺐다. 중반부쯤 왔을 때 중심을 잡는 게 어려웠다. 시청률을 생각하며 왔다갔다 한 부분이 있다. 무거운 이야기도 이왕이면 소화하기 쉽게 밝은 톤으로 끌고 가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도저도 안되는 것 같아 후반부에는 그냥 시청률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하자 싶었다. 결과론이지만 어차피 시청률에는 큰 변화가 없더라.(웃음) --많은 시청자가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코믹 판타지일 거라 생각했다가 엄청난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전설의 '일진' 출신 엄마가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문제라고들 생각하셨을 거다. 실제로 그 이야기로만 풀어가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했기에 처음 기획대로 했다. 많은 분들이 우리 드라마에 가볍게 들어왔다가 점점 이야기가 커지는 것을 보고 당황하셨을 거다. 난 세월호 참사의 근본에는 교육의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극중 대사에도 있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지마" "시키는대로 해"라고 교육한다.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 있는데 학생들을 그렇게 교육시키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힘을 키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놓고 사고가 터지니까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고 나 하나만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시키는대로 하는 문화 속에서 그런 참사가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모든 상황이 폭력적이다. 세월호 참사처럼 거대한 폭력도 있지만, 그걸 축소해서 인간 둘만 모여도 센놈과 약한놈으로 관계가 형성된다. 센놈이 약한놈을 밟는 게 당연시되고, 그것을 방관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 세상이 폭력적이다. 그러니 학교폭력도 발생하는 것이다. 내가 무슨 거창한 사회의식으로 이 드라마를 쓴 게 아니다. 약자를 보호하고, 의리와 사랑, 존경, 배려가 있는 세상, 분노할 일에 분노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이건 상식과 기본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리의 몸통인 홍회장(박영규 분)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3개월 만에 출소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면을 받았던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모든 부정부패와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였다. 하나하나의 비리는 여기저기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여기저기 줄을 댄 홍회장은 법으로는 응징이 안되고 사면돼 출소한 뒤 다른 힘에 의해 제거되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특별사면 사례들을 조사했는데 그중 가장 웃겼던 사유가 '지병으로 돌연사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홍회장을 같은 사유로 사면시켰다. 법을 못 믿어서 엄마(조강자)가 학교에 잠입하고, 수감 중인 조폭(안동칠)이 탈주해서 홍회장의 폭주를 막으려 했으니 얼마나 씁쓸한가. 홍회장은 결국 자신이 기댔던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제거됐다. 고발하고 잡아내도 그 권력은 또다시 살아나니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한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지현우 씨가 연기한 박노아 캐릭터가 내 마음속 이상형이다. 선하기만 한 캐릭터는 무력해 보이고 답답해 보이지만, 이런 사람이 꼭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렸다. 남을 도울 줄 알고, 잘못된 것에 부끄러워할 줄 알며, 분노할 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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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덕인은 여자 홍길동 같은 최고의 캐릭터"MBC '여자를 울려'서 밥과 주먹으로 약자 보호하는 정덕인 역"이렇게 멋 안 내보기도 처음…씩씩 한 모습에 나도 기운"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알다시피 요즘 지구는 어벤져스 군단이 지킨다. 그런데 그들은 너무 바빠서 학생들을 지켜줄 시간은 없다. 학생들은 그저 '일진'에게 자신이 찍히지 않기만을 바라며 몸을 사린다. 이때 국자를 들고 '짜잔~'하고 나타난 히어로가 있으니 학교 앞 밥집 아줌마 정덕인이다. 전직 강력계 형사로 싸움에 이골이 난 이 아줌마는 주먹도 잘 쓰지만, 칼질도 잘한다. 큼지막한 중국식 칼을 들고 각종 재료를 능숙하게 다듬고, '불쇼'를 하면서 조리를 하고, 두 개의 커다란 솥을 국자로 휘휘 저어가며 단품이지만 매일매일 다른 메뉴를 내놓는다. 그러면서 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느라 허구한 날 주먹다짐으로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주린 배도 채워주고 일진으로부터 보호도 해주는 이 아줌마야말로 우리가 기다리는 진정한 히어로다. "정말 좋은 캐릭터예요. 여자 홍길동이죠. 그동안은 제가 작품할 때마다 주변에서 열 명 중 한 명은 캐릭터를 마음에 안 들어 했는데 이번에는 열이면 열 다 좋아해 줍니다. 최고의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아요." MBC TV 주말극 '여자를 울려'의 주인공 정덕인을 맡아 '여자 홍길동'이 된 배우 김정은(40)을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지난달 18일 15%로 출발한 드라마는 한 달 만에 시청률 20%를 위협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매회 이어지는 정덕인의 화끈한 액션과 정성스러운 밥상 차림, 여기에 아들을 잃고 남편에게 버림받은 그의 기구한 사연이 어우러지며 폭넓은 시청층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처음으로 액션도 하고 여러가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데 시청자가 외면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남자 같은 투박하고 센 액션을 소화하느라 극중 김정은은 늘 '언제든지 싸움에 편한' 펑퍼짐하고 편한 옷차림이다. 머리도 대충 묶거나 양 갈래로 땋고 화장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렇게 멋을 안 낸 역할은 처음이에요. 핸드볼 선수로 나온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때도 깔끔하긴 했어요.(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싸움도 싸움인데 학교 앞 작은 밥집 아줌마라 꾸밀 게 없는 거예요. 저라고 왜 예쁘게 나오고 싶지 않았겠어요. 처음엔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했는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편한 복장으로 연기하니까 지금은 이게 너무 편해요.(웃음) 제가 평소엔 손톱도 잘 꾸미는데 이번에는 손톱도 다 바짝 잘랐고, 신고 다니는 운동화는 시커멓게 칠했어요. 이제는 스타일리스트가 단정하게 다려진 옷을 가져오면 안된다고 퇴짜를 놓을 지경입니다." 시장통 추격전과 떼 싸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 등 초반부터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했던 김정은은 이날 감기몸살에 걸려 있었다. "초반에는 긴장해서 그런지 잘 넘어갔는데 이제 좀 익숙해졌다 싶으니까 확 감기몸살이 오네요. 그래도 시청률이 좋으니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너무 좋아요. 처음에는 제대로 액션의 합을 못 맞추는 저 때문에 무술팀들이 고생하셨는데 점점 합이 잘 맞아가고 있어요. 또 제 대역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그것 역시 점점 잘 맞아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화면에 더 효과적으로 보일까 생각하면서 액션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덕인이 싸우는 방식에 대해 "결코 힘으로 싸우지 않는다.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거나 상대와의 엇박자를 이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싸운다"면서 "그래서 하는 나나 보는 시청자나 더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사하기도 바쁠 텐데 정덕인은 오지랖이 넓어서 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을 보면 참지 못하고 개입한다. "오만 군데 해결해줘야 할 일들이 있죠.(웃음) 처음에는 아픔이 있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방팔방 다녀도 될까 우려했어요. 시청자들이 혹여 거부감을 느낄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덕인이 씩씩하게 하나하나 사건들을 해결해주니 보시는 분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요. 심지어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실제로 싸움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얼마전에 식당에서 술 한잔 하신 한 아저씨가 절 보고 '그렇게 싸움을 잘해?'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여차하면 한판 해보자는 듯이요.(웃음)" 여자지만 공중을 날아올라 발차기를 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정덕인은 웬만한 남자 저리가라다. 그런데 드라마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정덕인의 전혀 다른 모습도 배치해놓았다. 이기적인 데다 바람까지 난 남편 앞에서는 모든 것을 감내하고, 생활능력 바닥인 시댁 식구들을 묵묵히 먹여살리는 모습은 인내하는 여인상의 전형이다. "고아 출신이라 정덕인에게는 시댁 식구가 곧 자기 가족이에요. 그래서 바람난 남편에게도, 시댁 식구에게도 측은지심이 있죠. 이혼해달라는 남편의 청을 거절하는 것은 미련보다는 이혼하면 가족을 잃을 것만 같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해 정덕인은 손맛이 좋은 밥집 아줌마다. 액션에는 대역이 있지만 그의 요리 장면에는 대역이 없다. 칼질도, 조리하는 것도 다 그가 직접 한다. "소유진을 '이용'해서 남편인 백종원 셰프님을 우리 드라마의 요리 고문으로 모셨어요.(웃음) 백 셰프님이 매회 메뉴를 정해주시고 촬영 전에는 저를 교육시키세요.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선보이시면 제가 그걸 배워서 촬영장에서 실제로 만들어요. 극중 나오는 중국식 칼도 제게 선물하셨는데 칼은 그냥 선물로 주면 칼부림 난다는 말이 있어서 제가 아주 적은 돈을 주고 그 칼을 샀죠. 우리 드라마에서는 음식을 대충 하지 않고 제대로 만들어서 나눠 먹어요. 돈가스, 전, 수제비 다 제대로 만들어 나눠먹었죠." "어느 순간 꾀가 나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생략하면 안되냐고 PD님께 부탁했더니 정덕인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다는 분들이 많다며 안된다고 하더라"며 웃은 그는 "이제는 칼질은 익숙해졌고, 가니쉬(요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곁들이는 식재료)까지 욕심을 내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덕인은 손이 크다. 한창 배고픈 남학생들이 더 달라고 하면 아낌없이 고기반찬이든 뭐든 덤으로 준다. 도무지 이문이 남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정성스레 차린 밥을 먹는 학생들은 몸은 물론 마음의 허기도 채운다. "정말 새롭게 느껴보는 감정이에요.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럽게 밥을 하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꽉 찬 것 같아요. 이런 게 정말 엄마의 마음이구나 싶어요. 애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고, 정성스러운 밥 한끼로 사람을 위로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김정은은 "정덕인은 아픔이 많은 인물이지만, 계속 아프다고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밥을 짓고, 필요하면 주먹도 쓰면서 약자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정덕인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최대한 씩씩하고 재미있게 하려고요. 판타지일지라도 드라마가 희망을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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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정 "사는 '꼬라지' 보여줄 게 없는데 반응에 놀라"MBC '나 혼자 산다' 출연후 관심집중…"아버지는 인민군 출신 트롬본 연주자" 서울대 국악과 출신…"음악 대신 택한 연기에 한때 괴로웠지만 그 덕분에 인간 돼"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그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40년 된 아파트에서, 사람으로 치면 일흔 살도 넘은 삽살개와 함께 산다. 쪼그리고 앉아 머리 한 번 감고 나면 화장실 하수구가 금방 막히지만, 그에게는 별일 아니다. 그는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김밥을 만다. 외출했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도시락은 항상 두 통씩 싸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유명인들의 싱글 라이프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MBC TV '나 혼자 산다'에 지난 1일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황석정(45)의 이야기다. 연예계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형편이 결코 자랑일 수 없는 세계다. 그런 곳에 몸담은 황석정의 범상치 않은 일상은 시청자들에게 꽤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혼자 자유롭게 살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겼다. 그의 삶은 소박했지만 남루하지 않았다. 대학 학력이 경제적 풍요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국악과라는 그의 학력은 방송 후 인터넷에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황석정은 강한 부산 억양으로 "사는 '꼬라지'(꼬락서니)를 보여 드릴 만한 게 없는데 방송을 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들어서 많이 놀랐다"고 밝혔다. 그를 최근 인터뷰했다. ◇ "소유욕 없어…남들과 나누는 일 신나" 황석정은 "꾸미는 걸 좋아하지도, 정말 갖고 싶은 것도 많지 않다"면서 "갖고 있던 것도 다른 사람이 원하면 바로 줄 정도로 소유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베푸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만들어서 함께 나누는 일이 정말 신난다"는 답이 돌아왔다. "촌스러워서 그런가 봐요. 제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싸게 재료를 사서 반찬을 만들고 그걸 함께 나눌 때 기뻐요. 그걸 받아주는 사람들도 반찬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방송에서 그의 소박한 일상과 함께 주목받은 것은 넘치는 그의 끼였다. 이미 '명품 조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연기는 제외하더라도, 정성껏 민화를 그리고 술을 마시다 말고 목청껏 열창하는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그 끼의 원천이 궁금했다. 그는 반세기도 더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거제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던 인민군 포로가 부산에서 한 아가씨를 만나면서 시작된 이야기였다. "아버지가 트롬본 연주자였어요. 아버지는 평소 말씀도 없었고 술을 드시면서 슬퍼하시곤 했는데 가끔 (이북) 고향 이야기를 했어요. 할아버지가 그렇게 소리를 잘했대요. 어머니도 글을 잘 쓰시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강하셨어요." "그런 것들이 유전자에 쌓이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하던 황석정은 이야기 끝에 "그 끼를 펼치지 못했을 때 정말 괴로웠는데 그걸 참고, 또 참고 다듬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 "배우 선택 후회 안해…연기 덕에 삶의 균형 찾아" 황석정은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관현악단 입단을 앞두고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고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나날이 계속되면서" 결국 길을 틀었다. 설경구, 이문식 등이 활동하던 극단 한양레퍼토리에 들어갔다가 199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입학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갈고 닦았다. 배우의 길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는 않았을까. 스펙 좋은 그가 국악을 계속하고 입시학원이라도 차렸다면 목돈을 손에 쥐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살다가 무엇을 했는데 신이 나면 그걸 하는 거죠." 다만, 그는 "연기를 하기에 최악의 조건에서 시작한 탓에 한때는 너무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가령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라는 대사가 있잖아요. 저는 그런 대사를 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집안 환경이 사랑을 제대로 주고받는 데 서툴렀어요. 제게 없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라는 대사를 하기 위해 연기를 시작하고 10년 동안 너무 고생했어요." 황석정은 "어린 시절이 트라우마나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은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 "제게는 그 균형을 잡게 해준 것이 연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연기를 했음에도 "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 건 불과 3년 전이라고 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그냥 문득, 배우로 살면서 나를 채우고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견으로 가득찼던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아이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참 어렵더라고요." ◇ "'미생'이 인생의 전환점" 황석정은 지난해 잠깐 등장한 tvN 드라마 '미생'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미생'에서 이른바 '하회탈 미소'로 불리는 재무부장으로 등장한 것이 그의 인지도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다들 저더러 '만찢녀'(만화를 찢고 나온 여자)라고 부르는데 '미생' 만화원작을 본 적도 없다"면서 "작품 자체가 화제가 되면서 저도 화제가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황석정은 현재 tvN '식샤를 합시다2'에서 억척스런 세종빌라 주인이자 아들에 죽고 사는 아줌마 김미란으로 출연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 모온(못) 산다"라는 걸쭉한 사투리가 인상적인 캐릭터다. 그는 실감 나는 엄마 연기에 대해 "아등바등했던 우리 엄마 생각도 하고 아줌마가 된 주변 사람들도 관찰했다"면서 "요즘 아줌마들이 짠하게 느껴지면서 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니 '죽어도 연기하겠다' 이런 건 없어요. 가수를 할 수도 있고 집을 올리거나 농사를 짓고 있을 수도 있겠죠. 다만 연기를 한 덕분에 인간 꼴을 갖추고 있다고는 생각해요. 하하하."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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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의 제주 로맨스…MBC '맨도롱 또똣'(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결근 한 번 없이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건만 한순간에 집도, 직장도, 연인도 잃었다. 바로 그 때 나타난 옛 첫사랑. 백마 탄 왕자님 같던 그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망나니가 되어 있다. 오는 13일 밤 10시에 첫 방송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은 일만 하던 '개미' 이정주(강소라 분)가 제주에서 한량처럼 살아가던 '베짱이' 백건우(유연석)와 투닥거리며 만들어가는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MBC '최고의 사랑'(2011) '뉴하트'(2007) 등을 연출한 박홍균 PD와 MBC '환상의 커플'(2006), SBS '미남이시네요'(2009)·'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MBC '최고의 사랑'(2011)·'주군의 태양'(2013) 등을 히트작을 내놓은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가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은다. '맨도롱 또똣'은 '기분 좋게 따뜻한'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극중 백건우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이름이기도 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하고 싶은 건 다 하며 지낸 백건우는 그가 짝사랑하는 목지원(서이안)을 따라 제주에 와 레스토랑을 차렸지만 그녀가 제주를 떠나자 레스토랑은 뒷전에 제쳐두고 설렁설렁 살고 있다. 이정주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고모 손에 자랐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상황이 늘 도와주지 않으니 화병에 걸릴 지경이다. 제주에 내려와 건우의 베짱이 같은 삶을 보며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 깨닫는다. 백건우를 살뜰히 챙기는 아버지가 다른 큰 형 송정근 역은 배우 이성재가, 그와 중년의 로맨스를 그리는 해녀 해실 역에는 김희정이 캐스팅됐다. 드라마의 무대가 되는 소랑마을의 터줏대감이자 해실을 짝사랑하는 공정배는 이한위가 맡아 감칠맛을 더한다. 정주의 제주생활을 돕는 노총각 읍장은 김성오가 맡았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당찬 여성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강소라는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난 작품에서 직장인 분들이 현실적으로 공감을 얻는 역할이었다면 이번에는 제주도에서 직장인 시청자분들이 꿈꾸는, 언젠가 한번은 해보고 싶은 삶을 보여드리게 됐다"며 "드라마를 보시다보면 다들 제주도에 오고 싶어지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작 '응답하라 1994'(2013)에서 칠봉역으로 주목을 받았던 유연석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밝은 역은 처음이라서 여러분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기쁘다"며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박홍균 MBC PD는 "도시 생활에 지쳐 제주로 가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실제로는 판타지와 현실의 차이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며 "도시의 청춘남녀가 제주에 오면서 제주의 환경과 사람들과 부딪히고 또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시청자분들께 기분좋은 따뜻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MBC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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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서 출발해 우리사회 총체적 부정·부패 고발학교폭력에서 출발해 우리사회 총체적 부정·부패 고발김희선 배우로 '재탄생'…세월호 참사 우회 비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국가와 사회가 지켜줄 것이라 믿지만, 법이 정의를 구현해주길 바라지만, 그러한 기대는 자주 무너져버린다. 거대한 참사, 오래 묵은 폭력, 갖가지 짬짜미로 정교하게 얽힌 부정부패의 전모가 하나둘씩 드러날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와 좌절감, 패배감에 몸부림치다 끝내 허무와 냉소에 휩싸이게 된다. 터질 때는 태산이 떠나갈 듯 요란했지만 돌아돌아 마주한 결말은 쥐새끼 한 마리 크기로 끝나는 경우를 자주 보았고,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일들이 잊을만하면 또 터지는 현실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든다. 이럴 때 사람들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그러면 그렇지"라며 혀를 차거나, "그래도 하늘은 무심하지 않을 거야"라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거나 둘중의 하나다. 하지만 후자보다 전자가 더 많아지는 세상이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MBC TV 수목극 '앵그리맘'은 "그러면 그렇지"라며 팔짱 낀 채 한발 물러나 있는 사람들 틈에서 홀로 끝까지 분노하고 바로잡아보려 했던 한 엄마의 이야기였다. 드라마는 서늘하고 가차없이 냉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다르덴 형제와 달리, 황당한 코믹 판타지의 옷을 입고 호객을 했다. 엄마가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딸을 지키기 위해 여고생으로 변장해 딸이 다니는 학교로 위장잠입하고 웬만한 남자들도 때려눕히는 '주먹'을 자랑한다는 설정, 지금은 실제로 엄마가 됐지만 20대 때는 연기보다 넘치는 끼를 분출하며 사랑받은 청춘스타 출신 김희선이 그 엄마를 연기한다는 캐스팅에 시청자는 처음에 깜빡 속아 넘어갔다. 한편의 황당한 코믹 소동극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공중곡예를 하며 판타지를 구현할 것 같던 드라마는 회를 거듭하면서 공중부양을 하는 대신, 땅으로 내려와 발을 딱 붙이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학교 폭력이든, 사회 폭력이든 모든 폭력은 권력관계에서 발생하기 마련인 상황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동시에, 사회를 뒤흔드는 부정과 부패, 비리의 사슬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꽤 그 길이가 길고 복잡하다는 것을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김희선은 배우로 '재탄생'했다. 눈부신 미모와 통통 튀는 이미지로 1990~2000년대 정상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연기력으로 거론되지는 못했던 김희선은 엉뚱하게도 38세에 여고생 연기를 하면서 비로소 배우가 됐다. 교복 입은 김희선을 보며 동년배 다른 어떤 여배우가 언감생심 같은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그는 여전한 미모와 동안을 과시했고, 동시에 딸을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고 덤비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김희선의 재발견을 칭찬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청춘스타를 거쳐 이제 배우가 된 김희선의 향후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MBC 극본공모에서 당선돼 '앵그리맘'을 데뷔작으로 내놓은 김반디 작가는 1년 전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바로 드라마에 직접적으로 비유하면서 보는 이를 놀라게 했고, 계란으로 바위치기 싸움 속 번번이 좌절하면서도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는 분노한 엄마를 통해 마침내 흡족하지는 않지만 인과응보를 끌어냈다. 마지막회에서 비리 사학재단 심부름꾼 조폭부터 교육부장관 출신 대선후보까지 이어진 비리의 사슬은 마침내 만천하에 드러났고, 관련자들은 모두 법정에 섰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내려진 선고는 검찰의 구형보다 낮았고, 심지어 인생 자체가 폭력으로 점철된 사학재단의 홍 회장(박영규 분)은 3개월 만에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고 출소했다. 어디선가 많이 보아온 태산명동서일필의 광경이다. 그러나 김 작가는 법이 놓아준 홍 회장에게 결국 하늘이 벌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며 시청자의 쓰린 속을 달랬다. 지난 3월18일 시청률 7.7%(이하 닐슨코리아)로 출발한 '앵그리맘'은 마지막회에서 전국 9%, 수도권 10.6%를 기록했다. 16회 평균 시청률은 8%였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은 2회의 9.9%로 집계됐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그 반향은 컸고, 완성도도 높았다는 평가다. 후속으로는 유연석, 강소라 주연의 '맨도롱 또똣'이 13일부터 방송된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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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 "할머니 될때까지 전국에 목욕차량 기증이 꿈"(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요즘 고독사나 노인 대상 폭행 등 안 좋은 뉴스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파요. 부모가 없다면 우리가 어디서 태어나나요? 부모는 잃으면 다시 얻지 못하잖아요." '효녀 가수' 현숙이 어버이날 하루 전인 7일 전북 순창에 12번째 이동식 목욕차량을 기증하러 가며 이렇게 말했다. 현숙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며 "어머니가 14년간 중풍으로 투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목욕을 시켜 드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차량 기증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숙이 전국 각지에 자비를 들여 대당 4천만원이 넘는 목욕 차량을 매년 기증한 것도 올해로 만 11년이 됐다. 지난 2004년 고향인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울릉도, 경남 하동, 충남 청양, 강원도 정선, 경북 칠곡, 전남 장흥, 제주도, 충북 영동, 연평도, 전남 고흥에 이동식 목욕 차량을 기증하고 목욕 봉사에 참여했다. 현숙은 이날 오후 1시30분 순창군에 목욕 차량을 기증한 뒤 고령의 어르신 두 명을 직접 목욕시켜 드릴 예정이다. 그는 "부모님을 간호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목욕시켜 드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어르신들은 잘 못하면 다쳐 안 하느니만 못하니 자원봉사자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쳐 드리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창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0%나 된다고 들었다"며 "이 차량을 하루 다섯 가구씩, 1년이면 1천8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홀로 사시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한 달에 한번 목욕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목욕만 하셔도 무척 개운해하신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덧붙였다. 현숙의 아버지는 7년간 치매를 앓다가 1996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14년간 중풍으로 투병하다가 2007년 별세했다. 그에게 효녀 가수란 수식어가 붙은 것도 극진히 부모를 병수발 하는 모습이 세상에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해가 지날수록 커진다고 했다. "부모님이 이 좋은 세상을 더 못 보고, 맛있는 음식을 더 못 드시고 가신 게 사무치게 안타까워요. 부모님은 조건 없이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잖아요. 자식이 병원에 있거나, 연락이 없거나, 경찰서에 있으면 부모는 밤잠을 설치죠. 그저 자식이 건강하고 잘 되면 그게 효도랍니다." 전국에 목욕차량을 전해 드리고 싶다는 그는 "이런 목표와 꿈이 있으니 노래도 더 열심히 부르게 되고 신이 난다"며 "도네이션은 쓰고 남는 걸로 하는 것도, 부자라서 하는 것도 아니다. 나누는 행복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욕차량 기증 외에도 지금껏 고향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수술비 등 다양한 선행을 펼쳤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고액을 기부해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도 됐다. 5월 가정의달을 맞아 현숙은 곳곳에서 열리는 효도 잔치 무대에도 오른다. 8일 인천과 안산, 9일 가평, 19일 서울 용산, 28일 포항 등 어르신들을 위한 무대에서 노래한다. 서정적인 발라드곡 '프로포즈'로 활동 중인 그는 "내 노래로 어르신들이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 내가 건강하게 다닐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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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관련 단어, 中 웨이보서 9억5천200만명 검색"(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에서 빅뱅 관련 단어를 총 9억5천200만명이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6일 밝혔다. 빅뱅과 관련해 지난 4일 기준으로 웨이보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빅뱅'(#BIGBANG#)으로 8억5천만명이 검색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 1일 신곡 '루저'와 '배배'를 발표하자 '루저'(#LOSER#)는 2천384만명, 이번 컴백 프로젝트명인 '메이드 시리즈'(#MADE SERIES#)는 6천400만명, '배배'(#BAEBAE#)는 1천436만명이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웨이보 뿐만 아니라 5일 '루저'는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대만 아이튠스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중국어권에서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국내에서도 음원 공개 5일째지만 각종 음악사이트의 실시간차트 1, 2위 행진을 이어갔다. 두 곡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루저'의 뮤직비디오는 5일 오후 조회수 1천120만여 건을, '배배' 뮤직비디오는 894만여 건을 기록해 합계가 2천만 뷰를 넘어섰다. 빅뱅은 이달부터 8월까지 매월 1일 싱글을 발표하고 9월 1일 '메이드'란 제목의 앨범을 발표한다. 또 내년까지 이어지는 월드투어를 통해 아시아와 미주 등 15개국에서 70회 공연을 열어 세계 140만 명의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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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리텔' PD "인터넷 방송, TV로 구현하느라 애먹어"(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어린이와 동물, 아니면 이국 문물로 가득 찬 요즘 TV 예능가에서 이제 겨우 두 걸음(2회 방송)을 뗀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마리텔'에서는 아이돌 가수와 트레이닝 코치, 요리연구가, 방송인 등 스타들이 1인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다. 각자 채팅창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보면서 교감하고, 또 그 시청자수를 늘려 대결에서 이기는 방식이다. 이미 인터넷에서만큼은 '마리텔'이 장안의 화제로 자리잡았다. '마리텔' 아이디어를 냈고 기획한 박진경(33) PD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2007년 입사한 박 PD는 MBC의 간판 예능 '무한도전'과 '일밤'에서 오랫동안 조연출을 맡았다. '마리텔'은 그의 이름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선보인 첫 작품이다. 박 PD는 "인터넷 반응이 뜨거워 놀랐다"면서 "스타들이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새로운 문물 앞에서 더듬대는 모습과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 PD와의 일문일답. -- '마리텔'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상했나. ▲ 무엇보다 안 해 본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그리고 외국에서는 프로게이머들이 그렇게 인터넷 방송만으로도 먹고살 정도로 잘 되거든요. 프로게이머들이 게임을 하는 걸 보여주면서 사람들이랑 채팅창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인데 그런 걸 보면 채팅창에서 자기들끼리 정말 재미있게 지내거든요. 그런 방송을 자주 본 것도 이 프로그램 기획에 연결된 것 같아요. -- 처음에 아이디어를 냈을 때 사내 평가는. ▲ 처음 기획안을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도 혹시 다들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많이 걱정했어요. 그런데 뜻밖에 다들 이해하고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어요. 다만, 1인 인터넷 방송을 어떻게 지상파 예능으로 연결지을지에 대한 걱정들이 많았죠. -- 가장 어려웠던 점은. ▲ 고민이 많았죠. 일단 지상파 주시청층인 중장년층은 1인 인터넷 생방송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분도 많잖아요. 그리고 1인 인터넷 방송시 컴퓨터 앞에서 돌아가는 구조 자체를 TV 프로그램에서 표현하기도 쉽지 않아서 애를 먹었어요. 진행자 앞에 컴퓨터 모니터만 보이는 상황에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수만 명(누리꾼들)과 대화하는 느낌을 살려야 하니깐요. -- 제작시 가장 주안점은. ▲ 인터넷 생방송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시청자들이 받는 느낌이 최대한 비슷하도록 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어요. 채팅창 상황이라든지 돌아가는 분위기에 대해 시청자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포장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누리꾼들의 반응을 보여주고자 화면 하단에 캐릭터를 깔고 채팅창 뜨는 소리를 삽입해 주목도를 높이는 식으로 했죠. -- '마리텔' 숙제는. ▲ '마리텔'의 매력은 신선함이지만 그 점이 도리어 우리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려되는 부분도 있어요. 인터넷 사용자들, 젊은이들이 '마리텔' 주 수용자인데 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신선한 걸 좋아하잖아요. 가령 일부 출연자가 누리꾼들로부터 '노잼'(너무 재미 없다)이라고 폭탄 공격을 받았는데 우리 프로그램에도 그 공격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죠. 노파심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콘텐츠나 캐스팅, 진행 방식 등에서 신선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