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옥천 '향수 100리길', 시가 흐르는 풍경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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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옥천 '향수 100리길', 시가 흐르는 풍경 속으로

14786682080732.jpg옥천의 목가적인 들판. 사진/임귀주 기자

‘비옥한 물줄기’. 충북 옥천(沃川)의 지명에 담긴 뜻이다. 가을이 깊어 가면 옥천에서는 금강의 푸른 물줄기가 산모퉁이를 돌고, 벼가 누렇게 익은 풍요로운 들판을 지나 대청호로 흘러든다. 산과 들, 강과 호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마저 넉넉하게 해 준다.


옥천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명품 자전거 코스로 알려진 ‘향수 100리길’에 해답이 있다. 옥천역을 출발해 대청호와 금강을 따라 난 50.6㎞의 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힌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을 발표하며 안남면사무소에서 금강휴게소에 이르는 여유로운 시골 길 18.6㎞를 향수 100리길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았다.


향수 100리길은 경부선 열차가 정차하는 옥천역에서 시작된다. 기차역 바로 앞에는 옥천 유일의 자전거 대여소인 ‘사랑의 자전거’가 있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대여소는 내년에 정지용 생가가 있는 구읍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교동저수지 옆 자전거길. 사진/임귀주 기자

옥천역을 출발해 옥천군에서 가장 번화한 구간을 지나 2.4㎞를 이동하면 가장 먼저 조그만 개천가에 자리한 정지용 생가에 닿는다. 생가는 지붕 누수로 이엉과 서까래가 썩어 현재 기둥과 서까래를 교체하고 이엉을 해체해 재설치하는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대로 된 모습은 오는 24일 이후에 볼 수 있다.


생가 옆에는 문학관이 있다. 로비에는 온화하고 단정한 시인의 생전 모습과 똑 닮은 정지용의 밀랍인형이 의자에 앉아 있다. 전시관에는 삶과 문학을 엿볼 수 있는 자료와 시집, 산문집이 진열돼 있다. 영상실에서는 정지용의 삶과 문학 세계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다.


정지용 생가에서 북쪽으로 조금 가면 정지용 시인을 주제로 하는 시문학공원이 나타난다. 그리고 공원 뒤편 언덕을 넘으면 교동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수면에는 빨래하는 아낙네와 밭을 가는 농부, 얼룩빼기 황소, 까마귀가 올라앉은 홍시 등 정지용의 시를 내용으로 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나무 덱을 따라 산책하며 평온한 정경을 감상하기 좋다.


◇ 대청호반 푸른 물빛이 유혹하는 길

교동저수지 왼편 성왕로로 접어들면 도로 오른편에 자전거 전용 길이 조성돼 있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이어지며 길은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를 지난다. 자전거 전용 길은 이내 없어져 도로를 달려야 하지만 자동차가 드문드문 지나서 마음은 여유롭다.


4㎞ 정도를 이동했을까. 왼편으로 대청호 물줄기가 내비친다. 호반 길은 커다란 벚나무가 늘어서 있는 구간도 있어 운치가 있다. 37번 국도와 호반도로가 만나는 ‘신토불이 휴게소’에서 잠시 주변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휴게소에서 3㎞ 정도를 이동하면 장계관광지이다.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싱그러운 산책로를 따라 정지용과 금강을 주제로 한 조형물과 시비가 들어선 곳이다. 입구에는 옥천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옥천향토전시관도 있다. 산책로를 거닐며 한가롭게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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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관광지. 사진/임귀주 기자

◇ 넓은 벌과 강줄기를 따라 달리다

다시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 이어지고 안남 입구 삼거리를 지나 종미리 입구에서 경율당 방향으로 가면 넓은 들이 펼쳐진다. 낮은 봉우리가 주위를 두르고 한쪽에는 금강이 흘러간다. 정지용이 노래한 ‘넓은 벌’이 이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정적인 풍광이다. 들판 사이를 달리는 맛이 그만이다.


길은 이제 금강 줄기를 따라간다. 산줄기 사이를 지나는 휘어진 강줄기를 따라 길이 휘돌며 시원스런 풍광을 선사한다. 안남면사무소-금강휴게소 구간을 왜 가장 아름답다고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금강휴게소에서 잠수교를 건너면 길은 옥천읍 방향으로 이어진다.


금강휴게소에서 약 10㎞ 이동하면 옥천선사공원이다. 다양한 표정을 짓는 장승이 도열한 공원으로 들어서면 탁자식 고인돌인 석탄리 지석묘, 높이 약 2m의 선돌, 청동기시대 움집 등을 볼 수 있다. 한쪽에는 선사시대 석기를 그림과 함께 설명해 놓은 공간도 있다.

14786682181480.jpg장계관광지를 둘러보는 자전거 여행자. 사진/임귀주 기자

◇ 자전거길 정보

>> 전체 구간 = 옥천역-정지용생가-장계관광지(안내면)-안남면사무소-원당교(청성면)-금강휴게소(동이면)-옥천 선사공원-육영수 생가-옥천역

>> 거리와 소요 시간 = 50.6㎞, 3시간 30분

>> 팁 = 자전거 대여소 ‘사랑의 자전거’에서 자전거와 헬멧을 빌리면 코스 지도를 무료로 준다. 또 원하는 구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1일 대여료는 1인용 1만5천 원, 2인용 3만 원이며 1시간 대여료는 1인용이 5천 원이다. 픽업 서비스는 1회 무료이며, 추가하면 1만 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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