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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내시와 왕세자의 기발한 로맨스…'구르미 그린 달빛'

기사입력 2016.08.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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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보검·김유정 주연…KBS 2TV 새 월화드라마 22일 첫 방송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머 하는 게냐. 얼른 내리지 않고."

    엉겁결에 남장을 한 채 궁궐 내시부 관원으로 들어오게 된 홍라온은 바지를 내리라는 내시부사의 명이 떨어지자 혼비백산한다.


    능청스럽고 장난기 가득한 남장여자 내시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겨 내시부에 자리잡고 꽃미남 왕세자까지 꿰어차게 될지 벌써부터 호기심이 앞선다.


    첫 방송을 앞둔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조선 후기 궁궐을 배경으로 한 왕세자와 남장여자 내시의 색다른 로맨스를 그린 사극이지만 감각적인 영상과 에피소드들은 첨단 멜로물 못지않게 현대적이다.


    티저(맛보기)로 미리 본 영상은 경쾌한 템포의 시트콤 같기도, 무겁고 비극적인 사극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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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도, 돈도, 집도 없는 홍라온은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는 옛날부터 사내로 살아왔다. 운종가에서 '홍삼놈'으로 유명한데, 논어 맹자는 몰라도 연서 하나는 기가 막히게 쓰는 탓에 연애 전문 카운슬러로 통한다.


    그런 홍라온이 어쩌다 궁궐 내시부로 흘러들어 좌충우돌 소동 끝에 왕세자의 마음을 흔드는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줄거리다. 배경이 되는 조선 말기 쇠락해가는 왕조를 둘러싼 정치적 암투도 이야기의 다른 축이다.


    홍라온은 아역 스타 출신 배우 김유정이 연기하고, 상대역인 왕세자는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박보검이 맡았다.


    연출을 맡은 김성윤 PD는 사극이라는 익숙한 장르와 남장여자라는 다소 진부해진 소재를 트렌드에 맞게 살려내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내는 데 역점을 둘 생각이다.


    그는 18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발표회에서 "예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슬픈 로맨스를 연출하는데 포인트를 줬다. 특히 남장여자는 많이 봐왔던 소재라 지금의 트렌드와 맞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효명세자 이영의 캐릭터를 원작과 다르게 변주했다. 트렌드에 맞게 '츤데레'(겉으로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신조어)한 캐릭터를 입혀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작가 윤이수의 인기 있는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구르미 그린 달빛'은 비운의 인물인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삼았다.


    역사책에는 효명세자가 1809년에 조선 23대 왕 순조의 맏아들로 태어나 3살에 왕세자로 책봉돼 8살에 성균관에 입학하고 10살에 풍양 조씨(조대비)와 혼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부왕 순조의 건강 악화로 18살 때부터 아버지를 대신해 국사를 돌보는 대리청정을 했는데, 여러 당파의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견제해 왕권을 강화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도, 임금의 자리에 오르지도 못한 채 21살의 이른 나이에 병사했다.


    효명세자는 짧은 생애에도 여러 권의 문집을 남기고 대규모 종합 예술인 궁중 연회를 직접 관장하는 등 남다른 문학적 감수성과 예술적 재능을 지녔던 매력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야기는 효명세자가 대리청정을 시작하기 직전 시기부터 시작된다.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이 극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궁궐 내 금기의 장소인 내시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명품 내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장광이 내시부 전체를 통솔하는 내시부사 역을 맡는 등 탄탄한 내시부의 라인업이 눈에 띈다.


    오는 22일 오후 10시 첫 방송 하는 '구르미 그린 달빛'은 가볍게 출발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김성윤 PD는 "거창한 메타포는 없다. 그냥 즐겁게 봐주셨으면 하는 게 저의 메시지다. 정치적 메시지를 대놓고 드러내기보다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낼 생각이다. 경쾌하고 유쾌하고 발랄한 젊은 사극을 지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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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발표회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KBS 2TV 새 월화미니시리즈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곽동연(왼쪽부터), 채수빈, 박보검, 김유정, 진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8.18 ksu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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