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한국학교에 경사…20명 중 10명 와세다대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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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한국학교에 경사…20명 중 10명 와세다대 합격

14492952204911.jpg한국식 종이접기 배워볼까(도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과 일본 동경한국학교는 지난달 28일 도쿄 동경한국학교에서 '대한민국 종이접기 강사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는 교사, 학생, 한글학교 강사 등이 참가해 한국식 종이접기를 배웠다.
김득영 교장 "시스템 변화와 인터넷 강의 도입 등 주효"
민족교육에 주력…한국종이접기축제 열어 모국 문화도 보급

(도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에 자리 잡은 동경한국학교가 경사를 맞았다. 일본의 최고 명문 사립대로 꼽히는 와세다(早稻田)대에 10명이나 합격한 것이다.


동경한국학교의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은 79명. 이 가운데 59명이 한국 대학 진학반(K반)이고 20명이 일본 대학 진학반(J반)이어서 수험생 절반이 와세다대에 진학하는 셈이다. 2015학년도에는 1명, 2014학년도에 2명이 이 대학에 진학한 것에 견주어도 실로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7개월 전 이곳에 부임한 김득영 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스템을 변화시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생님들이 성공해야 학생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가꾸는 데 힘썼습니다. 수고하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처럼 작은 학교에서는 다양한 전문 분야의 선생님을 모두 모실 수 없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할 수 없는 과목은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 것도 주효했다

고 생각합니다. 와세다대가 이번 입시 때부터 외국인 학생에게 문호를 넓힌 것이 보탬이 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놀라운 실적이지요. 한국 대학 입시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5학년도에는 서울대 4명, 연세대 18명, 고려대 16명, 성균관대 9명, 이화여대 9명, 서강대 4명, 중앙대 14명, 한양대 4명 등의 합격생을 냈다.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아온 김득영 교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일본 교육 전문가. 나라(奈良)교육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단국대에서 일본 교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후(岐阜)한국교육원장도 지내고 교육부의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연구실장을 맡았는가 하면 저서 '일본 평생학습도시 프런티어'와 역서 '선진국의 학교 교육'(일본국립교육회관 저)를 펴내기도 했다.


14492952398566.jpg일본 동경한국학교 김득영 교장(도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일본 도쿄 동경한국학교를 7개월째 이끌고 있는 김득영 교장.

"정년을 3년 남겨둔 시점에서 마지막 교직 경력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가 동경한국학교 교장 공모에 지원했습니다. 장학관으로 일하라는 요청도 받았고 교장 일을 더 할까도 생각했으나 동경한국학교를 이끄는 것이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일, 제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여기고 택했습니다."


61년의 역사를 지닌 동경학교는 전교생이 582명에 지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다 두고 있다. 일본 영주권자(52.75%), 일시체류자(32.30%), 특별영주권자(6.19%), 이중국적자(6.01%), 일본인(2.75%) 등 국적이나 체류 자격 분포도 다양하다. 교육부에서 파견된 교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교직원은 모두 재일동포다.


교육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학습 수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교직원과 학생들을 어떻게 하나로 만들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우리 학교는 모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각종학교(各種學校)여서 일본 문부성의 규제를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학교를 다니면 한국어·일본어·영어를 모두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학생들의 수준이 고르지 않아 선생님들이 수업하는 데 애를 먹지요. 무엇보다 큰 특징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친다는 겁니다. 재일동포 학생 대부분이 왕인 박사가 일본에 천자문을 전한 것을 모르고 있어요. 한국을 방문하거나 일본에 오는 한국인을 만날 기회도 자주 마련해 모국의 문화와 친숙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최근 들어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재일동포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이 냉랭해져 민족교육을 앞세우는 동경한국학교에도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가 걱정스럽긴 합니다. 특히 학부모들이 극우 단체의 헤이트 스피치(공개 혐오 발언)나 집단 폭행 등을 우려하지요. 경찰이 정기적으로 우리 학교 주변을 순찰합니다. 저희는 그럴수록 학생들이 자존감을 갖고 모범적으로 행동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동경한국학교는 지난 주말 모국에서 반가운 손님을 맞았다.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이사장 노영혜)이 지난달 28∼30일 이곳에서 동경한국학교와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종이접기 문화 축제 한마당'을 개최한 것이다.

14492952296653.jpg일본 동경한국학교의 표어(도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일본 도쿄에 있는 동경한국학교. 이 학교는 일본의 최고 명문 사립대로 꼽히는 와세다(早稻田)대에 10명이 합격하는 경사를 맞았다.

이곳의 교사와 학생, 그리고 주말 한글학교 강사와 수강생 등이 '대한민국 종이접기 강사 세미나'와 '어린이 종이접기 마스터 양성교실'에 참여해 모국의 지도강사들로부터 일본식 '오리가미(折紙·Origami)'가 아닌 한국식 '종이접기'(Jongie Jupgi)를 배우고 솜씨를 겨뤘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다시 각광을 받은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도 동행해 학부모·교사·학생을 상대로 특강에 나섰고, 한일 종이접기 작가들의 교류전도 펼쳐졌다.


이번 행사가 성황리에 끝날 수 있었던 데는 세계종이접기연합 동경지부를 창설한 이훈우 동경고등학교 초등부 교감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주말 한국학교 운영을 맡고 있는 그는 종이접기가 동포들의 민족교육과 인성교육에 유용하다고 판단해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자 대회 개최에 앞장섰다.


대구 효성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이 교감은 1999년 IT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2년 임기로 이곳에 파견됐다. 그러나 열악한 동경한국학교의 교육 여건을 외면하지 못하고 동료 교사의 만류를 뿌리칠 수 없어 한 해 두 해 귀국을 미루다가 아예 눌러앉게 됐다.


3년 전에는 영주권도 취득해 재외동포가 됐다. 올해가 지나면 한국에서 근무한 해수와 도쿄에서 근무한 해수가 17년으로 똑같아진다.


"주말 한글학교는 학생 수가 700명에 이릅니다. 12개 학년 전체 학생 수보다 많고 연령층도 유치반의 4살 어린이부터 성인반의 70대 노인까지 다양합니다. 종이접기가 아이들의 창의 인성 교육과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효과가 뛰어납니다. 일본에 한글학교가 200개가 있는데 3년 전 협의회를 만들었지요. 이를 통해 일본 전역에 한국식 종이접기를 보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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