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긴 속마음 털어내요'…비행청소년 한마당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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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꼭꼭 숨긴 속마음 털어내요'…비행청소년 한마당잔치

고양 아람극장서 '소년보호기관 청소년 문화 축제'
"고개 숙인 엄마 마음 느껴져…진짜 엄마 딸 돼서 돌아갈게요"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처음엔 판사를 탓하며 울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개 숙인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나요. 진짜 엄마 딸이 돼서 돌아갈게요."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린 '소년보호기관 청소년 문화 축제'에서 한 청소년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편지로 털어놨다.


'오픈 라디오 - 우리들의 속마음'이란 주제 아래 열린 프로그램에서다. 청소년들은 가슴 한구석에 가둬둔 속마음을 털어내며 마음껏 끼를 발산했다.


DJ는 탤런트 최정윤 씨가 맡아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담은 편지를 대신 들려줬다.


자신에게 편지를 쓴 한 청소년은 "초등학교 때 배드민턴 선수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등했다"며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또 다른 청소년은 함께 있는 친구들에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밥 먹는 모습이 너무 예쁘게 보인다"고 용기를 줬다.


축제에는 로뎀청소년학교, 마자렐로센터, 살레시오청소년센터, 나사로 청소년의 집, 효광원 등 5개 민간 소년보호기관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28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들로, 소년재판에서 '6호 처분'을 받아 소년보호기관에 감호돼 있다. 6호 처분이란 소년부 판사가 10가지 처분 가운데 관련 법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6개월∼1년간 감호 위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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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소년보호기관 청소년 문화축제(고양=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 '소년보호기관 청소년 문화 축제'. 의정부지방법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 행사재판에서 보호기관 감호 처분을 받아 5개 민간 소년보호기관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280명이 참가해 연주와 무용, 노래 등을 공연했다. 2015.11.4 kimsdoo@yna.co.kr

'속마음' 편지를 읽는 중간에 청소년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로뎀청소년학교 청소년 30여 명은 오카리나, 첼로, 바이올린 선율을 선사한 뒤 경쾌한 율동과 함께 애국가를 불러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자렐로센터는 댄스 배틀을, 살레지오청소년센터는 난타와 강렬한 밴드 협연을, 나사로 청소년의 집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뮤지컬을, 효광원은 따뜻한 감동의 화음을 각각 선사했다.


이 자리에는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와 조영철 의정부지법 법원장이 멘토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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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박찬호…소년보호기관 청소년 문화축제(고양=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 '소년보호기관 청소년 문화 축제'. 의정부지방법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 행사재판에서 보호기관 감호 처분을 받아 5개 민간 소년보호기관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280명이 참가해 연주와 무용, 노래 등을 공연했다.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멘토로 참여해 선수시절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2015.11.4 kimsdoo@yna.co.kr

특히 박찬호 선수는 어린 시절과 메이저리거 시절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들려주며 한때의 실수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줬다.


박 선수는 "누구나 자신을 놓치고 살지만 자신의 선택에 의해 현재 위치에 있다"며 "자신이 선택해야 할 스위치가 뭔가를 살피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다면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걸그룹 타히티와 이이돌그룹 세븐틴의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또 가수 싸이, 오렌지카라멜, 홍경민, 유리상자 등이 영상 메시지로 청소년들을 응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버드나무 가지는 약하지만 두꺼운 목재를 묶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행사로 성취감, 자신감을 얻어 인생 여정에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소년보호기관 청소년 문화축제는 2012년부터 대법원의 후원으로 서울고등법원 관내 서울가정·의정부·인천·수원·춘천 등 5개 법원이 매년 차례로 열고 있으며 올해는 의정부지법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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