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이해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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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운 (칼빈대학교 교수)

 

(국민문화신문)  칼빈대학교 조형운 교수 = 사람들이 사회생활 하면서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경청(傾聽)입니다. 경청은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청은 인간관계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공 여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존슨 앤 존슨 전 회장이었던 짐 버크는 “나는 재직 중 일과의 40%를 회사의 핵심 가치와 믿음에 대해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는데 할애했다. 그만큼 소통은 중요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경청에 대해 필요성과 중요성은 강조하지만 실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경청(傾聽)을 한자로 풀어보면, ‘경’(傾)자는 기울 경입니다. 이것은 듣는 사람의 태도를 말합니다. 말하는 사람을 향해서 예의를 갖추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경험적으로 보면 경청은 내용을 잘 들었느냐보다 태도가 중요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단지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어떻게 들었느냐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어떤 태도를 갖느냐가 대화를 이어가는데 관건이 됩니다. 먼저 듣는 태도부터 바르게 해야 합니다. 이어서 '청'(聽)자에는 귀, 눈, 마음이 들어가 있습니다. 즉, 듣는 것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듣고,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들어야 합니다. 태도가 중요한 것처럼 귀, 눈, 온 마음으로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청하면서 금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말하는 사람에 대해서 편견을 갖고 들어서는 안 됩니다. 나와 생각이나 가치관의 차이 또는 사회적인 신분이나 배움의 정도가 다르다고 해서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또한 말하는 사람의 내용을 선택적으로 들어서도 안 됩니다. 말하는 사람의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말한 내용의 일부분만 가지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자기중심적으로 듣는 것도 금지사항이며, 듣는 척 해서도 안 됩니다.


경청을 잘 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잘 받아 주어야 합니다. 거기에는 사랑의 배려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청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노력과 수고가 들어갑니다. 경청에서 핵심적인 것은 상대방이 말한 내용의 감정을 잘 받아 주는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이 잘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 들 때,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필자는 이와 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좋은 경청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신호등 기법을 만들었습니다. 신호등에는 빨간색, 노란색, 유턴, 초록색이 있습니다. 먼저 빨간색은 멈추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내 생각,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 내가 하고 싶은 말, 상대방에 대한 판단 등을 멈춰야 합니다. 경청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멈추는 것입니다. 경청에서 가장 잘 안 되는 부분이 멈춤입니다. 도로 교통에서 빨간색인데 멈추지 않고 진행하면 사고가 발생하듯 대화에서도 멈추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음으로 노란색은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무슨 내용을 이야기 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이야기 하는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집중해야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교통신호에서 노란색이 들어오면 집중해야 합니다. 도로 상황이나 내 상태에서 진행해야 할지 멈춰야 할지 잘 집중하고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어서 유턴입니다. 유턴은 받아들여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이 말한 것에 대하여 나의 판단이나, 나의 의견이나, 나의 생각이나 이러한 전제들 없이 상대방이 말한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입니다. 설령 상대방이 말한 것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우선 받아주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틀린 것까지 받아준다는 의미는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단 판단을 보류하고 상대방이 말한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잘 경청을 해 주면 틀리거나 잘못된 부분을 말한 사람이 스스로 교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초록색입니다. 초록색은 내가 진행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말한 것을 듣고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진행이나 전달은, 내 의견이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야기 한 것의 핵심적은 부분을 요약해서 되돌려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한 사람의 감정을 잘 찾아서 확인시켜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경청해 주었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경청을 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됩니다. 내 입장에서나 편견을 가지고 들으면 아무리 대화의 내용을 잘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지만 경청을 잘하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에게 인격적으로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들어준다면 인류애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경청을 잘하면 말하는 사람이 그 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상처와 아픔에서 벗어나는 치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마음의 고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 듣는 사람이 잘 받아주면 상처 받았던 마음이 회복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의 말을 경청해 준 사람에게 감사와 신뢰를 보내게 됩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것입니다. 경청의 의미를 이해하고 방법도 잘 활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원활한 인간관계와 성공적 사회생활을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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