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동시대미술의 현장《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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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동시대미술의 현장《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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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문화신문) 유석윤 기자 =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관장 안미희)은 6월 29일부터 10월 30일까지 2022년 ‘동시대미술의 현장’으로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개최한다.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은 디지털 네이티브 작가들의 작업을 중심으로 온라인 위의 삶에 익숙한 세대의 일상에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욕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참여작가들은 모험담과 판타지물에 등장하는 괴물, 영웅, 천사 등 비현실적인 소재를 통한 초월적 공간의 생성(김한샘), 감각 차단장치를 통해 경험하는 인간의 새로운 감각의 발현(김희천), 도자인형의 매끈한 질감 속에 감추어진 사람들의 텅 빈 욕망(최지원), 주체적인 사이보그에 대한 열망(추수), 가상공간에서 구축하는 공공영역 확장의 욕구(박윤주), 소외된 자들을 위한 안식의 공간으로 설계된 게임(안가영), 친밀한 가족관계에서 일어나는 숨겨진 감정의 교차지점(스테파니 모스하머), 하늘의 신과 동일시되고픈 인간의 욕망(쉬어 헨델스만) 등을 이야기한다.

 

이 전시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가진 정서-팽배해진 불안, 권태, 외로움, 혐오-를 ‘배설’, ‘카타르시스’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들의 삶에 좀 더 다가가고자 한다.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사라진 잉여현실의 세계에서 추구되는 ‘잉여쾌락’이 오히려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종에 대한 감각을 더욱 농밀하게 구체화시킨다고 보며 관객들이 이 세계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 현실보다 더 풍부하고 극적인 가상에서 젊은이들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그 욕망이 공통의 감각으로 전유되는 부분에 주목한다. 쾌락의 정점을 모른 채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시간이 과연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이 될 수 있는지 역설적으로 질문한다.

 

김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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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의 조각 <한 목표를 노리는 세 영웅>, <철 속의 악마>, <신기루>, <고대 신성 마법 “번개”>, <카서스의 아바타>는마법, 괴물, 영웅, 천사와 악마 등의 비현실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게임(JRPG)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치 중세시대에 있을 법한 판타지물 중에서도 하위양식을 차용한 듯 그의 내러티브는 영웅들의 모험담을 중심으로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더한다. 그의 자유로운 도상 배치는 미술관의 아트숍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굿즈를 연상시킨다. 

  

김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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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천은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의식과 감각의 경험체계를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디바이스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활용한다. 작가의 작업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가상과 현실 풍경 사이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디지털 데이터의 이미지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김희천은 <탱크>를촬영하기 위해 부유탱크에 들어가 시뮬레이션 잠수를 경험하고 그 후 깊은 물 속으로 내려간다.

 

감각 차단장치라고 부르는 부유탱크는 사람의 시각, 청각, 후각을 모두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우리가 이 탱크 안에 들어가면 신체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우리 자신에의 몰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탱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시뮬레이션을 실행 중인지, 실제 잠수를 하는 중인지 혼란스러운 순간이 온다. 아울러 이런 순간에 차단된 우리의 감각은 더욱 예민하게 살아난다. 탱크는 우리가 존재하는 시간과 감각의 경계를 흐리거나 또는 경계를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중간매개 역할의 장치이다. 김희천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오늘날 가상공간에서의 감각과 실재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새롭거나 혹은 기이한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또한 우리가 제시하는 미래는 우리의 기대를 벗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박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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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생동감에 관심을 가져온 박윤주는 경기도미술관에서 공개하는 신작 <룬트마할>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른 차원의 세계를 구현하기 위하여 건축가와 협업을 진행하였다. 무덤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임과 동시에 지역마다 문화적 특성과 사고에 따라 다른 공적인 영역에 위치하기도 한다. 박윤주는 무덤의 공적/사적 영역을 새로운 영역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한다. 

 

무덤이 환생하여 새로운 오브제의 생동감을 보여주고, 무덤의 내부를 삼차원의 구조로 구현함으로써 관람객은 흡사 살아있는 상태에서 무덤 속으로 진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작가가 설정한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독특한 영역설정을 통해 우리는 실제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경험할 수 없는 구조를 은밀하게 탐험한다. 박윤주는 사물에 생동감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에서 소외된 영역과 오브제의 의미를 현재의 시점으로 재구성한다.

 

스테파니 모스하머 Stefanie Mosha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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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다큐멘터리와 개념 사진의 경계 내에서 작업하여 친밀한 존재의 다층적이고 내밀한 감정을 정직하게 묘사한다. 자신의 주변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며 그녀는 그것을 문서화하는 작업으로 보여준다. <당신과 나 - 각각의 해로움, 하나의 베개 연작으로부터>은 그녀의 어머니가 알콜 중독 환자임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어머니의 존재는 그녀의 행복의 원천이자, 동시에 분노의 원인이기도 했다. 성인이 된 작가는 어린 시절 살던 집을 방문하여 우연히 그녀의 부모님에게 쓴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방문해 알콜 중독인 어머니를 치료해주기를 기도하는 소원이 담긴 편지였다. 이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확장되었다. 작가의 어머니로부터 시작하여 여성 알콜 중독자들의 눈을 소재로 한 이 작업은 어떠한 판단도, 결론에도 열려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자주 대화로 꺼내지 못하는 은밀한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쉬어 헨델스만 Shir Handel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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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속으로 들어 올려지며 더 높은 하늘을 향해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영원한 안식을 찾는 그의 목소리에 스카이차의 리프트들이 일제히 상승한다. 승천하는 이의 육체를 떠받치며 들어 올려짐에 동참하려는 듯, 리프트는 자기구조의 한계를 초월하지 못하고 화면 아래로 내려간다. 이곳저곳의 사이를 오르내리는 리프트의 기계음 소리가 아리아의 선창을 이어받는다. 레차타티브는 오페라에서 노래하듯이 대사를 말하는 형식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이다. 바하의 콘체르토를 부르는 테너 가수를 통해 신과 같아지고픈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안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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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문화로부터 파생되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민하고 관련된 작품을 게임과 미술의 형태로 접목한다. 그의 작업은 게임의 특성인 상호교감을 활용하지만 디지털 게임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불평등과 그 대안의 모색을 고민한다. <KIN거운 생활: 쉘터에서>는 가상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에 관심을 둔 시물레이션 게임이다. 12분이 하루가 되는 이 게임은 소외된 다양한 종이 위로하고 돕는 안식의 공간이다. 관람객은 이 게임에 참여하여 직접 명령을 내리고 행동을 컨트롤할 수 없다. 하지만 쉘터의 관리자인 해파리가 전해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 게임의 관찰자가 된다. 관객은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메이, 준, 줄라이의 관계를 온라인으로 관찰하면서 생명의 자연소멸과 핵전쟁, 재난의 환경에 노출된 우리의 정서를 가상으로도 감각한다.

 

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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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는 물질, 가치, 체계, 개인까지도 데이터로 대체될 수 있는 사회에서 데이터 활용의 역학을 추적하고, 자연, 도시, 네트워킹 환경 등 사이버 공간을 넘나드는 인간의 행동 영역과 데이터의 유기적인 흐름을 살펴보는 작업을 해왔다. <틴더>는 가상세계로 확장된 정보 권력과 디지털 자아, 인간과 사이보그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존재 조건이 디지털 환경과 데이터로 치환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추수는 디지털세계에서 반복되는 이미지(여성-20대-대중)의 미의 기준에 대응하기 위하여 가상인물 ‘에이미(Amy)’를 창조했다. 에이미는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는 외향, 인격, 가치관 등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의 창조가 가능했던 데에는 모든 데이터값이 동등하며 객체의 위치를 주체로 끌어올리고, 위계없이 이 데이터의 층위를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수는 디지털-가상세계에서의 경계를 계속 허물며 자신과 에이미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해나간다.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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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은 수공예품의 일종인 낡은 도자인형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인공적이거나 자연적인 요소를 결합시켜 그녀의 회화를 완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회화는 인물화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최지원이 수집한 도자인형은 유난히 광택이 나고 부드러운 촉감이 특징이다. 이는 매우 화려한 외양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각자의 밝은 면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과 연결될 수 있다.

 

마치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현실세계가 동일한 세상으로 간주되는 현재 우리 일상처럼, 모든 것이 매끄럽게 정리되고 선별되어 업로드되는 동시대의 문화가 연상된다. 반면에 도자인형의 매끈한 표면은 내부가 텅 비어있어 조그마한 자극에도 균열이 일어난다. 공허한 욕망을 가진 개체들은 외부의 시선이나 위험, 비난 등 모든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늘 불안과 우울함을 동반한다. 최지원의 회화에 보여지는 인물들의 무표정, 무감각한 시선처리와 표정 또한 역설적으로 화려함 속에 은밀하게 감추어진 불안감과 긴장감을 시각화하며 관람과 공감의 정서를 나누고픈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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