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장 vs 황장, 짜장면이 원래 하얀색이었다고?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장 vs 황장, 짜장면이 원래 하얀색이었다고?

인천 차이나 타운에서 만난 진짜 원조 짜장면

주석 2021-05-10 165829.jpg

하얀 짜장과 까만 짜장.


(인천=국민문화신문) 정예원 기자=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은 동화마을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하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선린동과 북성동 일대에 위치한 인천의 특색 있는 관광지로 손꼽힌다.

 

차이나타운에서 맛볼 수 있는 짜장면은 한국의 중식당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차별성을 보인다. 우리가 흔히 먹는 짜장면과는 다르게 짜장의 색이 황갈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짜장면을 만들 때 쓰는 춘장을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짜장면의 역사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짜장면은 요리사들의 아이디어와 고객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어왔다.

 

짜장면은 차이나타운에 우리나라 처음으로 공동체를 이룬 화교들로부터 판매된 것이 시초이다.

 

원조 짜장면은 콩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황갈색을 띠었다. 고기와 함께 볶은 면장만을 면 위에 얹어 먹었다.

 

서민 음식이었던 짜장면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차이나타운 내 여러 식당에서 짜장면을 판매하는 곳이 늘어났다. 이들 중 한 곳이 우리가 알고 있는 공화춘이다.

 

우리나라 짜장면이 검게 변한 것은 1960년대 말부터이다. 당시 국내에서 화교들은 외국인에 대한 여러 제재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쉽지 않았다.

 

직접적으로는 외화 유출 단속을 빌미로 요리 재료 수입이 힘들었고, 짜장면 등에 쓰이는 전통방식의 중국식 장을 직접 제조하는 것도 식품위생법으로 막혔다.

 

공장도 세우기 어려웠던 화교들은 한국인 바지사장을 내세워 장 공장을 세웠다. 이후 업체들과의 경쟁 과정에서 면장이 검은 것이 더 잘 익은 것이란 인식이 퍼졌다.

 

거기다 일선 중국집 입장에서도 캐러멜 색소를 첨가해 검은색이 된 면장은 원래의 황갈색 면장에 비해 물을 타도 별로 옅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원가절감으로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캐러멜 색소를 첨가한 춘장을 더 많이 쓰기 시작했다.

 

검은색 춘장이 유행하자 원래의 갈색 면장은 도태됐고, 황갈색의 짜장면도 점차 사라지게 됐다.

 

인천 차이나타운 맛집으로 통하는 ‘연경’에서는 까만짜장이 아닌 하얀짜장을 만나볼 수 있다.

 

하얗고 노르스름한 빛깔의 소스가 올려진 하얀짜장은 연경의 인기 메뉴다. 잘게 다진 고기와 고구마, 당근, 콩, 양파, 호박, 새우 등이 골고루 들어간 소스는 담백하면서도 걸쭉하다. 기존 춘장의 기름진 맛에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극대화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대표 음식 자장면은 기존 정통의 맛뿐만 아니라 계속 진화하고 있다. 중국 전통의 춘장과 황장을 넣어 특유의 구수한 맛과 담백함이 일품이다.

 

하얀짜장은 고기 대신 두부와 해산물을 넣어 느끼함 대신 다채로운 식감을 선사한다.

 

요즘 현대인들은 음식을 오감으로 먹는다. 단순히 배를 채우거나, 혀끝 미각만 만족시켜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이미 지나간 유행처럼 요리를 대하는 과거의 태도가 돼 버렸다.

 

이제 현대인들은 다양한 감각을 이용해 요리를 즐기고자 한다. 눈으로도 즐기고, 향과 소리로도 즐긴다. 누가 만들었으며, 원재료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왔는지도 궁금해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준비되었느냐의 유무에 따라 식당의 성패도 좌지우지된다.

 

음식은 문화이며, 음식을 통해 요리사의 성향, 나아가서는 한 나라와 그 시대의 사회, 문화까지 엿볼 수 있다.

 

감각으로 요리의 맛을 즐기기 전에 요리에 담긴 문화를 알고 그 깊이를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그 맛의 풍미와 깊이 자체가 다를 것이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